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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변호사 경감 특채를 우려한다 ?

중앙일보 2013.11.08 00:33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경찰의 변호사 경감 특채 계획에 심각한 우려의 뜻을 표한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5일 낸 성명서의 첫 문장이다. 경찰이 기존 경정(5급 과장)으로 특채하던 변호사를 내년부터 경감(6급 팀장)으로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다. 성명서를 찬찬히 읽어봤다.



 “ 순경·경장 등 하위직 경찰이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경감 자리마저 변호사에게 뺏겨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 경감인 변호사가 비법률가인 상급자와 사이에서 효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존 경정 특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로선 부족해 보였다. 경감 승진을 앞둔 이모(31) 경위는 “경정 자리 뺏는 것은 괜찮고 경감은 안 된다는 얘기로 비친다”고 꼬집었다.



  로스쿨생들조차 냉담하게 반응했다. 로스쿨생들의 인터넷 카페 로이너스(www.lawinus.net)에선 “변협이 변호사 취업에 도움 줄 일은 하지 않고 현실과 동떨어진 목소리를 낸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사실 경감은 경찰에서 상당히 높은 계급이다. 순경(9급)이 경감으로 진급하려면 4차례 시험에 통과하고 평균 13.5년을 근무해야 한다. 경찰대 출신도 경위(6급)로 임용돼 시험을 치르고 평균 7.5년을 근무해야 된다. 그래야 일선 경찰서에서 강력팀장·수사팀장·경제팀장 등 ‘허리’ 역할을 한다.



 변호사 경감 특채는 “현장 치안 경험이 전혀 없는 변호사를 곧바로 현장 인력을 총지휘하는 경정으로 채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일선 경찰들의 요구를 수용한 조치다. 당초 변호사 출신을 경위로 특채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로스쿨협의회 등의 반발에 밀려 그나마 한발 물러선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어느 일이나 어려운 점이 있지만 경찰은 사명감이 없으면 쉽지 않다”며 “범죄자, 까다로운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데 기득권을 고집하는 법조인들의 태도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변협은 현안이 있을 때마다 성명서를 냈다. 올 들어서만 18번째다. 그중엔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해 국정원법을 고쳐야 한다”는 등 법조인으로서 사회에 기여하고자 한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변호사 직무에 속한 변리사 업무를 따로 떼어내지 말라”는 등 ‘밥그릇 챙기기’로 비친 성명도 많았다.



 지난달 16일 위철환(56) 변협 회장이 청년 변호사 400여 명과 가진 ‘청년 변호사의 밤’에선 “취업난 해결에 변협이 제 몫을 해달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변협은 현안마다 성명서를 낼 게 아니라 변호사 취업난 해소·법조 비리 근절 등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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