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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한·러 비자 면제 … 아시아 국가론 처음

중앙일보 2013.11.08 00:30 종합 30면 지면보기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다음 주 서울에서 열리는 한·러 정상회담에서 앞으로 4~5년 양국 관계를 이끌 청사진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내년 1월 1일부터 한국 여행객은 비자 없이 60일 동안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



 콘스탄틴 브누코프(62) 주한 러시아 대사는 “(오는 13일 방한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과 러시아의 비자 면제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6일 서울 정동 러시아 대사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브누코프 대사는 “한국은 러시아가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최초로 비자 면제 협정을 맺는 나라”라며 “2009년 주한 러시아 대사로 부임하며 추진한 일이 이제야 결실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자 면제 협정 체결은 러시아가 그만큼 한국을 중시한다는 증거로, 러시아를 방문하는 한국 여행객 수가 한 해 15만 명 수준에서 2~3배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누코프 대사는 “푸틴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향후 4~5년 양국 관계를 이끌 청사진(로드맵)이 나올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주창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남북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 기반을 구축하려는 정책)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남북한~중국~러시아~유럽을 잇는 철도망 건설 ▶유라시아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 ▶유라시아 단일시장 구축이 골자다.



 브누코프 대사는 또 “러시아는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결코 인정한 적이 없으며 유엔의 북한 제재안에 찬성해 왔다”며 “5년 이상 중단된 6자회담을 재개해 동북아의 위협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무용론을 제기하지만, 6자회담은 북핵을 폐기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유일한 방안”이라며 “동서 냉전이 극심하던 시기(1975년)에 헬싱키 선언을 통해 유럽 안전 보장 협력에 합의했듯 6자회담도 지금은 지지부진하지만 관련국의 노력에 따라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을 일구는 중요 전기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지구촌의 마지막 냉전 지대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불행한 역사를 끝낼 때가 됐다”고 했다.



 브누코프 대사는 “푸틴 대통령과 박 대통령은 모두 형식보다 구체적 결과를 중시하는 지도자로, 국제 정치의 장에서도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와 경제 협력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다. 성명에는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잇는 54㎞ 철도 현대화 사업과 나진항 개발 등에 관한 양국의 협력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그는 “극동 사할린에서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이어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한다면 한국은 싼 비용으로 가스를 수입할 수 있고, 북한은 파이프라인 통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으며, 러시아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며 “러시아는 모든 준비가 끝난 만큼 남북한이 협의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극동과 시베리아 개발에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한 브누코프 대사는 “한국 기업들이 에너지 등 천연자원 개발과 인프라 건설, 철로·공항 등 물류 현대화, 북해 항로 개발 등에 적극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 수교한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 큰 러시아의 교역 상대국(연간 250억 달러, 약 26조5000억원)으로, 2015년에는 교역 규모가 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글=정재홍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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