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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들끓는 아이, 마음 들여다보게 하죠

중앙일보 2013.11.08 00:27 종합 27면 지면보기
원불교 장형규 교무는 문제 청소년의 멘토이자 친구다. 아이들의 뇌파를 측정해 화 잘 내는 성격을 고치는 데 활용한다. 6일 장 교무가 열다섯 살 나규현 군의 뇌파를 측정하고 있다. 장 교무는 “무엇보다 아이와 교감이 잘 이뤄져야 치유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6일 오후 서울 용산로 2가의 한 노인요양시설 지하에 있는 원불교 청소년국 사무실.

영성 2.0 (21) 원불교 장형규 교무



 “눈을 지그시 감고,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면서, 자 긴장을 풀고….”



 원불교 장형규(41) 교무가 차분한 목소리로 지시한다. 열다섯 살 규현이를 향해서다. 규현이의 이마에는 헤드밴드가 매어져 있다. 뇌파 측정 중이다. 분홍색 베타파는 정신 집중도를 나타낸다. 공부할 때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스트레스다.



 하얀색 알파파는 정서적 안정감을 의미한다. 고르게 배출되면 장기 기억에 도움이 된다. 이런 뇌파들의 변화가 규현이 맞은 편 노트북 화면에 고스란히 표시된다. 이날 규현이의 ‘성적’은 좋지 않다. 좀처럼 베타파가 줄지 않았다. 내면이 들끓는 10대가 마음을 차분히 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장 교무는 “그래도 처음 여기 왔을 때보다는 엄청 좋아졌다”고 했다. 말과 웃음이 모두 늘었단다. 규현이는 “교무님한테 배운 대로 화를 참는 훈련을 하다 보니 전보다 덜 싸우고 욕도 덜 한다”고 했다.



 규현이는 올 초 중학교를 휴학했다. 친구들과 밤새 노느라 학교를 빠지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6월에는 친구들과 함께 밤중에 소란을 피우다 출동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공무집행 방해죄로 입건되기 했다. 규현이가 ‘심심풀이’라는 이름의 원불교 청소년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계기다. ‘죄질’이 가벼워 일종의 정신교육 처분을 받은 것이다.



 원불교의 심심풀이는 올해 본격 시작됐다. 연쇄자살 사건을 부를 만큼 위태로운 학교 폭력 현실에 자극받은 장 교무가 1년 여 준비 끝에 지난해 가을 만들었다. 언제라도 말썽을 부릴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을 미리미리 교육시켜 학교 폭력을 줄이자는 취지다.



 “아이가 자기의 마음을 직접 바라보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심심풀이의 비밀은 역시 장 교무가 ‘거울효과’라고 표현한 마음 바라보기였다. 처음 장 교무를 찾는 아이들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뇌파 형태로 나타난 자신의 마음의 모습에는 호기심을 보였다. 장 교무는 “거울 들여다보듯 자기 마음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 좋지 않은 성격을 고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장 교무는 “아이들 대부분이 화를 내면서도 자기가 화를 내는 줄을 모른다”고 말한다. 마음 거울이 필요한 이유다. 또 화 잘 내는 성격은 사람 두뇌의 신경전달 체계인 시냅스에 각인된 하나의 물리적 패턴일 뿐이다. 얼마든지 성격이 교정될 수 있는 까닭이다.



 사실 뇌파를 활용한 성격 개선은 새로운 게 아니다. 장 교무는 원불교의 핵심 교리를 접목했다. 마음 가라앉히기(정신수양·精神修養), 사리판단(사리연구·事理硏究), 실천(작업취사·作業取捨) 등으로 구성된 삼학(三學) 수행법이다.



 장 교무는 “마음수첩을 만들어 하루의 감정 변화를 일기 쓰듯 기록하게 하고, 같은 말이라도 상대방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하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촘촘한 감정 관리다.



 이런 내용의 심심풀이는 하루 2시간, 일주일에 한 차례, 총 4주 프로그램이 기본이다. 지도자와 아이,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해야 한다는 생각에 심심(心心)풀이로 이름 지었다. 반응이 좋아 지금까지 전국 48개 학교·기관에 67명의 지도강사가 파견돼 모두 3500명이 교육을 받았다. 서울 용산구 15개 초·중·고에서는 문제 학생이 심심풀이에 참가하면 10일 한도 내에서 출석 처리해준다.



 장 교무는 “이 일을 하다 보니 학교와 부모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방치된 아이들이 우려할 만큼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또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는 없겠지만 어른들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사회의 고통과 함께하는 종교, 그 현장에 장 교무는 있었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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