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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역전극 … 삼성화재배 결승행

중앙일보 2013.11.08 00:25 종합 25면 지면보기
1국에서 의외의 패배를 당했던 이세돌 9단(왼쪽)이 2국에서 우광야 6단을 꺾어 1대1을 만든 뒤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다. 판을 가리키고 있는 기사는 중국 단장 사오웨이강 9단. 자신감을 회복한 이세돌은 7일 최종국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벼랑 끝 전투 끝에 대마를 잡고 승리했다. [사진 사이버오로]


중국의 우광야(23) 6단에게 준결승 3번기의 첫판을 졌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다. 이세돌 9단은 최근 16연승을 거두고 있었고 한국랭킹 1위 자리도 며칠 전에 되찾은 터였다. 한데 전투의 신이라는 이세돌 9단이 사활을 착각해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패배한 것이 가시처럼 목에 걸렸다. 이세돌 9단은 그러나 이 대국 후 무려 두 시간 동안이나 복기에 매달렸다. 상대는 무명이고 자신은 세계대회에서 16번이나 우승한 강자였지만 그는 화를 내는 대신 관계자들이 다 떠난 어둑한 대국장에 홀로 남아 패인을 분석했다.

중국 우광야에 1패 뒤 2연승
내달 10일 탕웨이싱과 우승 격돌



이런 겸손이 작용한 것일까. 이세돌은 2국과 3국에서 우광야 6단을 잇따라 격파하며 2대1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전 상대는 스웨 9단을 2대1로 꺾은 중국 랭킹 14위 탕웨이싱(20·사진) 3단. 종반까지 패색이 짙었으나 막판 기적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생애 처음 세계무대 결승에 올랐다. 이세돌 대 탕웨이싱의 결승 3번기는 다음 달 10일부터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린다.



 올해의 마지막 세계대회인 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총상금 8억원, 우승상금 3억원) 준결승전이 4~7일 유성의 삼성화재연수원에서 열렸다. 한국은 올해 모든 세계대회에서 중국에 패배하며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특히 LG배와 몽백합배에선 16강전에서 전멸하는 치욕을 겪었기에 팬들은 절치부심, 마지막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를 기다렸다. 이세돌과 우광야는 서로 한 판씩 주고받은 뒤 7일 오전 9시40분 제3국에서 마주 앉았다. 우광야는 중국랭킹 17위. 올해 급상승한 실력자로 이번 준결승 직전까지 국제대회에서 19승3패를 기록하며 ‘승률 세계 1위’에 올라 있었다.



 흐름은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백을 쥔 이세돌은 느리지만 두텁게 포진했는데 소년 영재 신진서 초단은 “흑을 쥐고 싶다”고 말했고 현지에 대거 내려온 국가대표 상비군들도 누구 하나 “백이 좋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오후 1시 무렵 우광야가 단 한 수의 수순 착오를 범하자 이세돌이 그를 날카롭게 찔러가며 흐름이 변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만만치 않지만 백이 조금이라도 나아 보인다”(박영훈 9단)는 평이 나오게 됐다.



 이 대목에서 우광야는 강수를 던졌고 이세돌 역시 최강수로 맞서며 삶과 죽음을 가르는 대혈전이 전개됐다. 이세돌은 오전에 너무 시간을 많이 써 일찌감치 초읽기에 몰렸다. 이런 위기 속에서 단 한 수만 삐끗하면 만사 끝인 대형 수상전이 끝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세돌은 자욱한 안갯속에서도 귀신처럼 길을 찾아냈고, 결국 흑 대마가 함몰했다(152수·백 불계승).



 이세돌 9단은 삼성화재배에서 네 차례 우승했고 결승전 무패를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해엔 중국의 구리 9단에게 반집승을 두 번 거두며 2대1로 승리한 바 있다. 이세돌은 “결승에 오른 이상 기필코 우승하겠다. 준결승전은 1국에서 착각해 시종 힘들었는데 결승에선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유성=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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