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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지지할 분 줄 서시오

중앙일보 2013.11.08 00:23 종합 23면 지면보기
정치 인심이 사나운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2기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돼 치러진 10·5 선거가 끝나자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오바마 대통령 대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쪽으로 ‘집단이동’을 시작했다.


민주당 거물들 집단이동 시작 … 오바마 측은 썰물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슈머 의원에게 선수를 빼앗기긴 했지만 내가 먼저 힐러리가 훌륭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거라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취임식 준비위원장이었던 척 슈머(뉴욕) 상원의원은 지난 주말 아이오와주 당원 행사에서 “힐러리는 티파티(공화당 강경파)를 견제할 민주당의 확실한 대안”이라며 “출마한다면 당연히 승리할 것”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을 지낸 팀 케인(버지니아) 의원도 힐러리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가까웠던 그는 “힐러리가 대선 후보로 선거에 나서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공화당에 빼앗긴 연방 하원의장 자리 탈환을 노리고 있는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2014년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선 힐러리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공·사석에서 주장하고 있다. 의회 전문지 힐은 “선거가 끝나자 민주당 의원들이 돌연 힐러리 열병에 걸렸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잇따른 커밍아웃은 5일 치러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 손쉽게 이길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테리 매컬리프 민주당 후보가 막판 고전 끝에 진땀 승리를 했기 때문이다. 매컬리프 후보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실시에 따른 잡음에 발목이 잡혀 공화당 후보에게 하마터면 질 뻔했다. 반오바마 정서를 실감한 셈이다. 민주당 선거전략가인 타드 디바인은 “힐러리는 최근 40년간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높은 잠재 대선 주자”라며 “당 소속 의원들이 조기 지지 선언에 나서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2014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속화할 것”이라며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에게 쏠렸던 관심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선거 다음 날인 6일 씁쓸한 상황을 맞았다. 내년에 임기가 끝나 중간선거에 다시 출마해야 할 민주당 상원의원 15명이 우르르 백악관으로 몰려왔다. 마이클 베넷(콜로라도)·마크 우달(콜로라도)·딕 더빈(일리노이) 상원의원 등은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을 만나 오바마케어 웹사이트 접속이 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유권자들의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체 미국인 중 4800만 명에 달하는 건강보험 미가입자는 내년 3월 말까지 등록을 마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벨리우스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상원 재무위 청문회에서 “이달 말까지 웹사이트가 완전 정상화될지는 미지수”라고 대답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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