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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죄는 되나 처벌 않는다" … 법원 줄타기 판결

중앙일보 2013.11.08 00:21 종합 6면 지면보기
법원은 ‘제3의 길’을 택했다. 만장일치로 무죄라던 배심원 평결을 뒤집고 유죄 판결하면서도 벌은 내리지 않았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 혐의로 기소된 안도현(51·시인·우석대 교수) 전 문재인 대선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대해서다. 전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은택)는 7일 안 교수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선고공판에서 일부 유죄 판결했으나 벌금 100만원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은 지난 대선 때 안 교수가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후보를 비방한 것을 놓고 열렸다. 안 교수는 당시 ‘안중근 의사 유묵 누가 훔쳐갔나? 1972년 박정희 정권 때 청와대 소장, 그 이후 박근혜가 소장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문화재청에서는 도난 문화재라고 한다”는 등의 글을 17차례 올렸다.


전주지법, 선고유예 논란
무죄 평결은 뒤집었지만
"배심원 뜻 존중한 결정"
일부선 "판결도 타협하나"

7일 국민참여재판 1심에서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안도현 교수(전 문재인 대선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가 고개를 숙인 채 전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두 가지 혐의 중 ‘후보자 비방’ 부분이 유죄라고 판단했다. 판결문에서 “공표 내용은 대통령 후보의 능력 및 자질과 관련 없는 도덕적 흠집을 내는 것으로 법이 허용하는 표현의 자유 한계를 벗어났다”고 밝혔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서는 “허위임을 알고 퍼뜨려야 범죄가 되는데, 피고가 당시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했다.



 지난달 28일 배심원들이 내린 무죄 평결을 뒤집은 데 대해 재판부는 “전원일치 배심원 의견이라 하더라도 법관의 직업적 양심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 한해서만 따라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인 법관의 판단에 분명히 유죄였기에 배심원 만장일치 평결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이어 “배심원 의견은 국가권력의 원천인 국민의 뜻과 의지를 표출하는 것이므로 다소 지역적·감성적으로 보이더라도 존중해 판결에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죄라는 배심원의 뜻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죄는 되나 처벌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려 선고유예했다. 종합하자면 법관으로서 전문지식과 양심에 따라 유죄 판결했으나 “처벌하지 말라”는 배심원 의사를 존중해 선고유예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선고유예는 2년간 별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기소된 사건 자체가 없던 것으로 처리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판결에 대해 “유·무죄와 양형 결정에 있어 배심원 의견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심원과 반대로 유죄 판단을 했다면 양형 역시 배심원 의견을 반영할 게 아니라 법이 정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원(44) 변호사는 “배심원 평결은 권고적 효력이 있을 뿐 법관이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없음에도 양형에 반영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유죄로 생각했다면 양형까지 법리에 따라 판단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선고유예는 대체로 뚜렷하게 뉘우칠 때 해주는 것인데 그 부분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헌(52)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는 “고심한 흔적이 있지만 지극히 타협적 판결로 보인다”며 “판결은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명확히 해야지 타협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면 나승철(36)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 선고유예 하는 것은 판사의 재량에 속하는 정도”라며 “판결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재판이 끝난 뒤 유죄 판결에 대해 “법원 판단에 법과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국민이 믿을지 의문”이라고 사법부를 비판했다.



권철암·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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