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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에 혹했나 … 중국 '과거시험' 지원자 20년 새 344배

중앙일보 2013.11.08 00:20 종합 20면 지면보기
2009년 1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대학 정문에서 국가공무원임용시험(궈카오)을 치르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응시자들. 지원자가 해마다 급증해 올해는 152만 명으로 경쟁률이 77대 1에 이른다. [중앙포토]


“공무원 시험으로 인생은 완성된다.”

국가공무원시험 인기의 그늘



 지난 7월 중국 런민(人民)대를 졸업한 청리(程莉·22·여)가 23일로 예정된 ‘궈카오’(國考·국가공무원 임용시험)를 앞두고 웨이보(微博)에 올린 말이다. 사실 이 말은 요즘 취업을 앞둔 중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자조적으로 유행하는 금언(金言)이다. 권력과 안정의 대명사로 유명한 중국 공무원에 대한 젊은이들의 꿈이고 이상이다. 동시에 공무원을 좇게 만드는 중국 사회에 대한 조소(嘲笑)이기도 하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9일 개막하는 제18기 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통해 향후 10년 중국 개혁을 철저히 공무원들에게 주문할 예정이다. 앞으로 중국 개혁의 성패는 젊은이들의 ‘로망’, 공무원에게 달려 있다는 얘기다.



 3중전회 개막을 이틀 앞둔 7일, 2014년도 신규 국가공무원임용시험 지원이 마감됐다. 국가공무원국 발표에 따르면 지원자는 152만 명. 그러나 선발인원은 1만9538명에 불과해 경쟁률은 77대 1이다. 지원자는 1994년의 4400명보다 344배나 늘었다. 지난해보다도 2만 명 늘었다. 경쟁률(지난해 72대 1)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이번 시험 중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은 곳은 모두 37개 부서로 국가민족사무위원회 민족이론정책연구실은 2명 모집에 무려 1만4384명이 지원해 7192대 1을 기록했다. 경쟁률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졸자만이 아니라 직장인들까지 궈카오에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올 지원자 중 지난 7월 대졸자는 60%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직장인이거나 고졸자였다. 2002~2003년 궈카오 지원자 중 당해연도 대졸자는 80%에 달했는데 이 비율은 2007년 70%로 낮아졌다.



73% “회색수입 기대” … 시진핑 개혁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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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궈카오는 필기시험과 면접으로 이뤄지는데 필기시험은 다시 행정능력을 점검하는 공통 시험과 논문으로 나뉜다. 특히 논문의 경우 당시 국가 주요 정책이나 사회문제와 관련된 시제가 많아 중국 사회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예컨대 2013년 베이징 지역 중앙부처 공무원 임용시험에는 고속도로 관련 기본자료 6건을 제시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논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540만 대에 이르는 차량으로 갈수록 혼잡해지는 베이징의 교통문제 해결책을 묻는 시험이었다.



 2012년에는 사회각계 공정상의 질(質)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하도록 했다. 중국 사회가 양적으로 늘었지만 질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각종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문제다. 올해는 국내적으로는 중국 사회 화두인 부패와 대외적으로 일본과 분쟁하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관련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국가공무원은 1~15급 15개 등급이 있는데 대졸자는 보통 15급을 지원한다. 그러나 관련 업무 경력이 있거나 석사나 박사 혹은 해외 유학파들의 경우 그 이상 등급을 지원해 시험을 치른다. 올해 궈카오 합격자들은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이끄는 중국 5세대 지도부의 첫 ‘개혁 집행자’로 강도 높은 교육을 받고 내년 상반기 전국에 배치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과연 중국 개혁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중국 젊은이들이 공무원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경기불황과 취업난으로 인해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졸업한 올 대졸자 취업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인위민(尹蔚民) 국가공무원 국장은 “산간벽지나 업무량이 많은 부서에 대한 지원자는 거의 없어 편한 일만 찾는 세태도 반영하고 있어 문제”라고 분석했다.



12년간 공직 부패자금 회수한 것만 9조원



 권력을 좇는 중국 사회 심리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여름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사의 주간지, 인민논단이 중국인 수천 명을 상대로 조사했는데 응답자의 72.3%가 “돈보다 권력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68.5%가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 ‘당정 기관의 공무원’을 꼽았다. 연봉이 훨씬 많은 ‘외국기업의 화이트칼라’ ‘국유기업 직원’ 등 다른 선호직업을 합쳐도 31.5%에 불과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공무원을 꼽은 응답자들 가운데 73.7%가 공무원 선택 이유로 ‘회색수입’을 들었다는 점이다. 회색수입은 음성적 수입, 즉 뇌물을 말한다.



 공무원을 아예 청조 벼슬에 비교하는 젊은이도 많다. 중국의 대표 포털 중 한 곳인 텅쉰(騰訊)에는 아예 중국에서 지방 성 서기는 청대의 종2품, 부성장은 정3품, 청장은 종4품, 부청장은 정5품, 처장은 정7품 식으로 분류를 해놓고 있다. 중국의 공직사회가 청대 봉건사회를 그대로 닮고 있다는 비판이다. 시 주석이 “호랑이(고위공직자 부패)와 파리(하위공직자 부패)를 모두 잡겠다”고 선언하고 대대적인 부패척결 작업을 하고 있지만 공무원 사회는 아직도 봉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시사다.



“도전보다 안정 선택, 국가 경쟁력 발목”



 실제로 지난 6월 중국 검찰과 공안부 등이 해외로 도피한 부정부패 공무원 자료를 발표했는데, 2011년까지 12년 동안 1만8487명을 적발해 회수한 부패 자금만 542억 위안(약 9조4000억원)에 달한다. 회수하지 못한 자금은 이보다 10배나 많은 100조원으로 추정했다. 주리자(竹立家) 국가행정학원 교수는 공무원 열풍 이면에는 중국의 전통적인 관본위 사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80년대에는 공무원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직업이 인기가 있어 국가 인재 대부분이 과학기술 부문에서 일해 현재의 중국 경제를 일궜다. 그러나 현재는 인재들이 편안하고 안정적이면서 권력이 있는 공무원을 택하는데 이는 국가발전을 위해 매우 두려운 현상”이라고 경계했다. 결국 3중전회 이후 시진핑의 중국 개혁은 700만 공무원의 사고와 문화를 어떻게 개혁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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