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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선 라면이 서울선 짜장면 … 수화도 사투리 있다

중앙일보 2013.11.08 00:10 종합 12면 지면보기
‘라면’을 나타내는 수화도 지역마다 다르다. 왼쪽이 대구식 표현이고, 오른쪽은 서울 수화다. 왼쪽부터 대구농아인협회 김재경 강사와 권명화 팀장.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에 사는 청각장애인 박종권(34)씨는 최근 경남 창원에서 열린 모임에서 서울에 사는 청각장애인 친구를 만났다가 의사소통이 안 돼 당황한 적이 있다. 박씨가 친구에게 “라면 먹으러 가자”고 수화(手話)로 얘기했는데 친구가 중국집을 찾아갔던 것. 대구에서 ‘라면’을 뜻하는 수화가 서울에서는 짜장면이기 때문이었다. 검지를 구부려 입가에 대는 표현이다. 서울에서 ‘라면’을 표현할 때는 오른손 엄지를 이마에 붙이고 닭벼슬 모양을 만든 뒤 양손으로 젓가락질하는 모습을 취한다. 박씨는 “표현이 지역별로 다른 줄은 처음 알았다”고 수화로 말했다.


택시·우유·부모 등도 다르게 표현

 청각장애인이 동작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수화에도 사투리가 있다고 대구일보가 7일 보도했다. 서울과 영남·호남·충청 지역에서 일부 단어를 서로 다르게 나타낸다는 것이다. 가령 서울에서라면 ‘우유’는 검지로 치아를 가리킨 뒤 양손을 가슴 옆에 올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으로 나타낸다. 반면 영남에서는 오른손을 가슴 옆으로 올린 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한다. ‘택시’도 제각각이다. 서울·광주·대구에서는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T’자를 만들어 왼손 손등에 올린다. 이에 비해 부산에서는 T자 모양으로 만든 손가락을 머리 위에 올린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결과 심지어 ‘부모’를 나타내는 수화도 지역마다 차이가 났다. 서울과 제주에서는 오른손 검지로 코밑을 쓰다듬는 것으로 끝나지만, 충북에서는 여기에 오른손 엄지와 약지를 펴 이마에 대는 동작이 더해진다.



 지역마다 수화 표현이 다른 이유는 ‘표준 수화’가 뒤늦게 정해져서다. 서울농학교가 1963년 만들어 쓰던 것을 2000년 정부가 표준 수화로 정했다. 하지만 전부터 지역마다 각기 다른 수화를 써왔기 때문에 지방별로 일부 표현이 달라진 것이다. 이런 특성을 감안해 국가 공인자격시험인 수화통역사 시험에서도 사투리 수화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대구농아인협회 권명화(32·여) 팀장은 “말로 사투리를 해도 서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수화 사투리를 써도 뜻은 대체로 통한다”고 말했다. 한국농아인협회에 따르면 전국의 30여만 명의 청각장애인 가운데 노인 등을 제외하고 약 20만 명이 수화를 쓰고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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