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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꽃 한 송이의 여유, 화훼산업 키운다

중앙일보 2013.11.08 00:10 경제 10면 지면보기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언제부터인가 동네 꽃집들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온라인 꽃 거래가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예전만큼 꽃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꽃 소비액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꽃 소비액은 1만5000원 선에 불과하다. 이웃 일본이 10만원이고 노르웨이와 같은 나라가 16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너무 적다.



 꽃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계속된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우면 가계지출 중 가장 먼저 줄이는 게 문화비인데, 꽃 구입비는 그중에서도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다양한 꽃을 사고 싶어도 살 곳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꽃 소비 감소는 화훼농가에도 큰 타격이지만 국민 행복의 관점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꽃 한 송이를 주고받는 여유가 없는 사회에서 높은 수준의 문화와 행복을 누리기란 어렵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와 화훼인들은 힘을 모아 소비자가 꽃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생산·유통 인프라를 구축하려 애쓰고 있다. 공기정화나 원예치료와 같은 꽃의 새로운 기능과 감성적 가치를 국민에게 알려 꽃 생활 문화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우리 꽃 기르기 체험과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중고생 꽃꽂이 교실도 운영할 예정이다. 또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꽃을 쉽게 기를 수 있도록 꽃 관리 대행업체를 육성하고 꽃을 더 오랫동안 관상할 수 있도록 하는 습식유통체계 구축에도 노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꽃을 좋아하는 민족 하면 러시아를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길거리에서 꽃다발이나 꽃 한 송이를 들고 다니는 남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만큼 길거리 꽃집이 많고 꽃을 사는 문화가 아주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러시아의 꽃값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한 송이에 우리 돈으로 4000~5000원 수준이다. 러시아의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일 수 있다.



 한국은 어떤가? 졸업·입학 시즌, 어버이날 등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꽃을 든 사람을 보기 힘들다. 화훼농가들의 생산성이 올라가 과거에 비해 값이 많이 떨어졌는데도 그렇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꽃을 사는 사치스러움을 누릴 여유가 없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어렵고 힘들수록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꽃 한 송이로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꽃 한 송이를 구입하는 여유는 메마른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화훼농가들에도 큰 보탬이 된다. 화훼 농업인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해지면 화훼산업이 또 하나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현재 2만원도 안 되는 1인당 연간 꽃 소비액을 3만원 선으로 올리는 게 정부의 1차 목표다.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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