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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통상임금 확대, 대기업 정규직만 혜택

중앙일보 2013.11.08 00:10 경제 10면 지면보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지난 9월 5일 기업인들을 비롯한 많은 국민의 시선이 대법원에 집중됐다. 통상임금 관련 소송의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이 열렸기 때문이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대법원 방청석은 변론 시작 30분 전에 이미 꽉 들어찼고, 얼마 허용되지 않은 취재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대법관들의 고뇌도 깊었던 듯하다. 당초 1시간 정도로 예상됐던 대법관들의 질의응답 시간은 2시간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법원 판결 이후 이를 둘러싼 논쟁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통상임금 관련 소송만 150개 이상이다.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전원합의체 판결을 앞두고 공개 변론을 열었던 건 이러한 혼란을 올해 내로 종결짓기 위한 행동으로 생각한다.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된 가장 흔한 오해는 기업들이 임금을 덜 주기 위해 억지로 기본급을 낮추고 있다는 인식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임금체계가 기본급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비단 기업 경영자들 때문은 아니다. 근로자들 역시 임금 협상 때마다 상여금을 인상하고 새로운 수당을 만들자고 주장해 왔다. 비과세 소득으로 분류되는 각종 수당이 많을수록 실질소득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급을 낮추고 상여금과 수당으로 이를 보전하는 현재의 임금수당체계는 사실 노사의 합작품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원의 판결도 노사 간 합의된 기존의 임금질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또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 대한 경고도 계속되고 있다. 이미 경제계에서는 기업들이 일시에 비용 38조원을 부담해야 하며, 매년 추가비용 8조9000억원이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역시 기업 부담이 2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대규모 소송과 혼란으로 혜택을 받는 자가 극소수라는 점이다.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면 전체 근로자 중 12% 정도인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이 1인당 평균 749만원을 더 받게 된다. 근로 여건이 가장 열악한 비정규직의 수혜액 11만원의 70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중소기업은 통상임금과 관련해 걱정해야 할 부분이 더 많다.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될 경우 대기업은 인건비 증가분을 협력업체로 전가할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중소기업은 자사의 인건비 상승 부담과 더불어 납품단가 인하에 따른 이중고에 시달리며 벼랑 끝에 내몰릴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중소기업 중 94%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인해 신규 채용 중단, 생산 손실 및 고용의 질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전반에 걸쳐 통상임금 증가는 곧바로 투자 감소로 이어져 곧 뿌리산업 고사(枯死)로 인한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법으로 명확히 정하고, 임금체계를 개편해 단순화할 필요에 대해선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 남은 것은 그 내용에 대한 대법원과 정부의 합리적인 결정뿐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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