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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산업화 '맏형' 건설업 살려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2013.11.08 00:10 경제 10면 지면보기
송기홍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1,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산업화와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해가던 한국 경제에 최초로 닥친 대형 위기는 1970년대 찾아온 오일쇼크였다. 산유국들이 원유를 전략자원으로 활용하면서 원유가격이 단기간에 다섯 배나 치솟았다. 경제자립도가 낮고 수출 기반이 척박했던 한국 경제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주저앉을 상황에 처했다.



 당시 한국을 위기에서 건져낸 구원투수는 건설업이었다. 73년 막대한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공항·항만·도로 등 인프라 구축 사업을 펼치던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 건설회사가 최초로 진출했다. 그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1억5000만 달러. 70년 한국의 총 수출액이 8억 달러를 겨우 넘긴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막대한 규모였다. 이후 요르단·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한국 건설사의 진출이 늘었고, 주베일 산업항 공사, 리비아 대수로 공사 등 초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는 쾌거가 이어졌다.



 오일쇼크에 휘청대던 한국 경제는 건설업의 분발에 힘입어 조금씩 활로를 찾아갔다. 한 해 10만 명에 가까운 건설 인력이 이역만리 열사의 땅에서 벌어들인 외화는 자동차·조선·전자 등 오늘날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산업들의 씨앗을 뿌리는 데 투자됐다. ‘하면 된다’는 강인한 정신력과 근면함을 몸으로 보여준 건설근로자들은 대한민국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힘들게 돈 벌어 동생들 학비를 대는 ‘맏형’ 역할을 했던 건설업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의 사정을 돌아보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장기화되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토목공사의 포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 등의 영향으로 국내 건설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해외시장에서도 개발도상국 인프라 사업과 공공기관 발주 사업에 초점을 맞춘 중국 건설업체의 저가 공세로 이젠 단순 시공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결과 2008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100대 건설회사 중 절반 이상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내몰렸다. 과거 해외시장 개척에 앞장섰던 회사들조차 예외 없이 위기에 봉착했다. 물론 무리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등 건설회사들이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나친 건설 관련 규제와 건설사가 개발 프로젝트의 과도한 위험을 모두 떠안는 관행도 사태 악화에 일조했다.



 건설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년대 11.2%에서 2011년 5.9%로 떨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전기·전자기기 제조업(5.7%)이나 자동차산업(4.2%)보다 높은 수준이다. 건설업 취업자 비중(2011년 기준)도 7.2%에 달하며, 각 산업이 생산·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생산유발계수’와 ‘고용유발계수’도 다른 산업보다 월등히 높다. 건설업의 어려움을 강 건너 불로 여길 수 없는 이유다.



 당분간 국내 건설시장의 저성장은 피하기 어렵다. 그래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 건설시장은 2020년까지 매년 9%대의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남미나 아프리카 지역은 15%를 넘는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건설사로서는 중동이나 동남아 일변도의 지역 전략을 재검토하고, 엔지니어링 역량을 강화해 단순 시공을 넘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나아가는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과거의 부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흥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금융회사와의 합작투자를 통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선진국의 미개발 토지나 자원 등을 선점·개발하는 새로운 사업모델도 검토해볼 만하다.



 정부 차원의 노력과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지나친 공공건설 투자 감축이 실업 증가와 저성장 기조로 이어진 일본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건설 및 엔지니어링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젊은 층이 해외현장 근무를 기피하는 현실을 타개할 인센티브를 제공해 건설업 지원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푸는 지혜가 요구된다.



 열사의 사막에 아로새겨진 선배 건설 근로자들의 땀과 열정은 결코 지워져선 안 된다. 건설 산업의 혁신과 재도약을 통해 세계 1등의 신화가 우리 건설 기업들 중에서 다시 한번 나오기를 기대한다.



송기홍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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