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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예술·역사 향기 담아라 … 그래야 세계 시장서 살아남는다

중앙일보 2013.11.08 00:06 경제 6면 지면보기
정몽구 회장


인문학과 순수예술.

정몽구 현대차 회장 '감성 경영'



 정몽구(75) 현대차그룹 회장이 고민 끝에 찾아낸 현대·기아차 질적 성장의 필수 요소들이다. 최첨단 자동차 기술에 문화·예술의 옷을 입혀 ‘통섭(統攝)형 업그레이드’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경기도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에 내년부터 2023년까지 10년 동안 총 120억원을 후원한다고 7일 밝혔다. 국내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 활동(메세나) 가운데 금액 면에서 가장 클 뿐 아니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장기 후원 사업이다.



 후원 대상도 눈에 띈다. 현대차는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한국 중진작가의 개인전 개최에 10년간 90억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매년 1명의 작가를 선정하고, 최대 9억원씩의 예산을 투입해 최고 수준의 전시회를 열어준다는 계획이다. 또 회화·조각·공예 등 각 분야의 신진작가를 포함한 유망 작가들에게도 30억원을 후원한다. 이들에게는 국립현대미술관 내 ‘갤러리 아트 존’에서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예정이다.



 한마디로 단순히 시설 증설이나 작품 구입 지원 수준이 아니라 한국 현대미술의 근본적인 성장 토대를 마련해 주겠다는 취지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전시회가 이어지면 작가들은 세계 미술계에서 명성과 위상을 높일 수 있고 학예사들은 국제적인 네트워크 구축 및 대규모 전시 경험이라는 소득을 얻게 된다”며 “국립현대미술관도 세계 수준의 전시 콘텐트를 생산해 한국 문화예술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원은 역사교육 강화에 이어 두 번째로 제시된 정 회장의 기업 업그레이드 철학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말 경영회의에서 글로벌 인재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뚜렷한 역사관을 제시한 뒤 역사교육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정 회장은 “역사관이 뚜렷한 직원이 자신과 회사를, 나아가 국가를 사랑할 수 있다”며 “뚜렷한 역사관을 갖고 차를 판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이에 따라 대학 교수 등을 초빙해 12월까지 ‘역사 콘서트(History Concert)’란 이름의 역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역사 콘서트는 한국사 5회, 세계사 5회 등 총 10회 분량으로 진행된다.



 역사와 순수미술 모두 언뜻 봐서는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인 자동차와 잘 결부되지 않는 항목들이다. 하지만 정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지상 과제는 브랜드의 질적인 도약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판매량에서 세계 4위 자리를 넘볼 정도로 양적인 성장은 이뤄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하려면 자동차 기술 외에도 무엇인가가 더 있어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판단이다. 정 회장은 기계에 인문학적 감성을 담아 ‘아이폰 신화’를 이뤄낸 애플의 선례를 본보기로 삼았다.



 그 결과 자동차에서 예술과 역사의 향기가 풍겨나도록 만들어 이미지를 고급화해야 한다는 답을 얻어낸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이 문화·예술로부터 영감을 얻고 이야기를 개발해 자동차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앞으로 융합과 통섭을 바탕으로 직원들 사이에 혁신적이고 감성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창의적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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