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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중복 심사 탓 몇년 허비 … 시장 뺏길까봐 나가려면 국내 실적 없다고 퇴짜

중앙일보 2013.11.08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이중 규제가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해치고 있습니다.”


배은희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배은희(54·사진)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체외진단제품에 대한 정부의 이중 규제를 성토했다. 가장 불합리한 규제로 체외진단 분석기 분야를 꼽았다. 체외진단 분석기는 혈액을 이용해 각종 질병을 진단하는 의료기기로, 인체에 물질을 주입하는 경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안전성 잣대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배 회장은 “체외진단 분석기의 판매를 위해선 의료기관의 임상평가를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를 통과한 뒤에도 재차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중복해서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판매허가 이후에도 보험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중복 심사 때문에 최대 2년 이상 의료시장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배 회장은 “기다리다 지친 체외진단기기 업체들이 해외시장으로 이를 들고 나가봤자 자국에서의 판매실적이 없어 거부당하기 일쑤”라며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체외진단 제품에 대해선 의료보험 혜택을 보지 못하는 비급여 제품으로라도 판매를 허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바이오협회의 3대 회장으로 취임한 배 회장이 규제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자신이 직접 바이오벤처를 경영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18대 국회의원으로 일할 당시에는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는 의정활동에 매진했다.



 바이오협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이중 규제를 담고 있는 의료법 개정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규제부터 만들어놓고 나중에 문제가 드러나니까 책임을 져야 할까 봐 감히 나서서 문제를 풀지 못하는 형국”이라며 “적어도 해외진출에 문제가 없도록 만들어줘야 영세한 바이오 업체들이 경쟁력을 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의약품 시장이 반도체 시장(400조원)보다 큰 1000조원인 만큼, 한국의 경제 위상을 감안했을 때 현재 점유율(1.6%)은 지나치게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배 회장은 “바이오산업은 우리에게 남아있는 얼마 안 되는 성장동력”이라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10년 이상 장기간이 필요한 만큼 개인이 투자할 경우 작전세력에 끌려다니지 말고 끈기 있게 지켜봐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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