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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산 너머 하늘이 정말 파라네

중앙일보 2013.11.01 00:09 경제 10면 지면보기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고 산과 공원에는 노랗고 빨간 단풍이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겨울을 앞두고 점점 싸늘해지는 공기에 옷깃을 여미면서 눈이 누리는 호사가 좀 더 오래가기를 기대해본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글을 쓰다가 ㅎ 받침이 있는 단어의 활용에서 막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정말 하늘이 파라오” “하루 종일 책만 들여다봤더니 눈앞이 노랗소” “그 열매는 색깔이 노랗니?” “왜 얼굴이 그렇게 노라니?” “그 뱀은 색깔이 노라니 눈에 잘 띄겠다” 등이 그런 사례인데 틀린 것인지 맞는 것인지 헷갈린다



 우선 ‘파라오’와 ‘파랗소’는 둘 다 가능하다. 한글맞춤법에는 “형용사의 어간 끝 받침 ‘ㅎ’이 어미 ‘-네’나 모음 앞에서 줄어지는 경우 준 대로 적는다”고 돼 있다. ‘파랗+오’는 모음 앞이어서 ㅎ이 줄어들기 때문에 ‘파라오’가 된다. 그러나 ‘파랗+소’의 경우는 모음 앞이 아니어서 ㅎ이 줄어들지 않으므로 그대로 ‘파랗소’로 인정된다.



 ‘노라니?’ ‘노랗니?’도 둘 다 쓸 수 있다. 표준국어사전을 보면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로 “얼마나 좋으니?” “얼마나 좋니?”처럼 ‘-으니’와 ‘-니’ 둘 다를 인정하고 있다. ‘-으니’는 형용사 어간 뒤에 붙고, ‘-니’는 동사와 형용사 모두에 붙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노랗+으니?’의 형태에서는 모음 앞이어서 ㅎ이 줄어들기 때문에 ‘노라니?’가 된다. 반면 ‘노랗+니?’ 형태에서는 모음이나 어미 ‘-네’ 앞이 아니므로 ㅎ이 줄어들지 않아서 ‘노랗니?’도 가능하다. ‘색깔이 노라니 눈에 잘 띄겠다’의 경우는 종결어미가 아니라 연결어미가 필요한 상황이다. 받침 다음에서 ‘앞말이 뒷말의 원인이나 근거, 전제 따위가 됨’을 나타내는 연결어미로는 ‘-으니’를 쓰고 ‘-니’는 쓸 수 없으므로 이때는 ‘노랗+으니’ 형태만 가능하다. 따라서 ‘노라니’가 바른 꼴이다.



 ‘산 너머 하늘이 정말 파라네’ ‘산 너머 하늘이 정말 파랗네’의 경우는 규정에 나온 대로 ‘-네’ 앞이어서 ㅎ을 줄여서 쓴 ‘파라네’만 인정된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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