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 점검해 보니 … 구태 여전
피감기관장과 사석에서 회동
여야 대치로 감사 중단 12회
교문위는 6년 연속 파행 기록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의 한 의원 보좌관은 “법원 관계자들이 잠깐 산책이나 하자고 해서 갔던 것”이라며 “지방에선 동선에 따라 원래 융통성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작년에도 점심 먹고 광주비엔날레에 갔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위원들이 피감기관, 더욱이 감사를 앞둔 기관장과 사석에서 회동한 것이나 관광을 이유로 감사 시간을 임의로 늦춘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감사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있었는데 1시30분에서 2시 사이에 ‘늦을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연락을 받기 전까지 직원들이 술렁이고 긴장을 많이 했다. 피감기관 심정이 어떤지 잘 알지 않느냐”고 했다. 이날 오후 3시35분에 시작된 국감은 오후 6시10분에 끝났다.

무엇보다 툭하면 파행으로 치닫는 국감 현장 때문이다.
국감 첫날부터 24일까지 감사가 중단된 사례는 총 12회다. 15일 경찰청 국감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증인선서를 거부하면서 회의가 멈췄다. 17일 서울시경 국감은 국정원 댓글 수사에 대한 질의가 고조되는 바람에 파행했다. 이런 식으로 회의가 자주 중단되다 보니 의원들 스스로도 힘든 표정이다.
지난 14일 새벽 1시가 훌쩍 넘어 교육부 국감을 마친 초선의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원래 국감이 이런 건가. 너무 힘들다”며 휘청거렸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논란으로 여야가 대립 중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6년 연속 파행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23일 수출입은행 국감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부르라”는 여당 측과 “김종인 새누리당 전 행복추진위원장을 부르라”는 야당 측이 대립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파행됐다. 여야 의원들은 두 번씩 네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주고받으며 상대방을 비난했다. 기자회견 뒤 기재위 민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우리가 국감장에서 할 의사진행발언을 여기서 하고 있네…”라며 멋쩍어했다.
의원들이 정부기관을 호통치고 상대당 의원들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는 풍경도 그대로였지만 피감기관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다. “앞으로 잘 살펴보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도 여전했다. 명확한 기준 없는 마구잡이식 증인 채택은 국감의 집중력과 질을 떨어뜨렸다.
200명에 달하는 기업인 증인 중 상당수가 하루 종일 기다리다 1분도 안 되는 답변을 하고 돌아간 게 대표적이다. 심지어 피감기관장조차 질의를 받지 못하다가 “OO님도 한마디 하세요”라는 말에 인사말만 하고 회의장을 나온 적도 있다. 지난 21일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14시간 동안 이어진 교문위 국감에서 윤석용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감사가 끝나기 직전인 오후 11시36분 2분 동안 신상 관련 발언을 한 것이 전부였다. 서울대 박찬욱(정치학) 교수는 “올해도 국정원 대선 개입 같은 이슈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내실 있는 국감이 되기 어렵다”며 “상임위별로 기간을 나눠 진행한다든지 제도를 구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알려왔습니다 위 기사와 관련,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지난 23일 소쇄원 탐방은 법원 측의 권유와 문화유산 체험이 국정 활동에 도움이 되리라는 의원들의 판단에 따라 성사됐다”며 “그날 오후 국정감사는 늦게 시작한다고 미리 피감기관에 통보했다”고 알려왔습니다. 민주당 박지원·박범계 의원은 각각 “논란이 있을 수 있어서” “자료 숙지를 위해” 소쇄원 탐방에 불참했다고 알려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