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부터 활 잘 쏜다 하여 동이족(東夷族)이라고도 불렸던 우리다. 활 문화는 이제 일부 국궁 동호인들에게나 남아 있는, 나라가 나서서 지켜야 할 문화재일 뿐인가.
일반에는 효시(嚆矢: ‘우는 살’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시작되어 나온 맨 처음을 비유)라는 비유로 남아 있는 활 문화를 전통 장인과 오늘날의 미술가·디자이너들이 만나 전시장에 구현했다. 서울 팔판동 갤러리인에서 열리는 설화문화전 ‘활力, 시대를 관통하다’로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씨가 아트 디렉터로 꾸린 전시다.
‘설화문화전’은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가 7년째 진행하는 전통 장인과 현대 작가들과의 협업 전시다. 최고령 김동학(82) 중요무형문화재 제93호 전통장(箭筒匠)부터 최연소 박천욱(31) 조각가까지, 전통 공예작품과 이들의 집념을 담은 영상부터 활의 탄성을 응용한 건축 설치(네임리스 건축)와 흔들의자(하지훈), 화살의 유연하고도 간결한 직선미를 도입한 그릇(구병준) 등이 나왔다. 전통이 박물관의 박제로 보호해야 할 추상적 무엇이 아니라 오늘날의 건축·디자인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지혜와 영감의 보고임을 보여준다. 25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권근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