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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도와줄 일 있나 격노" "보고 생략 요구해서 거부"

중앙일보 2013.10.22 02:06 종합 3면 지면보기
‘수사 초기부터 압력’ 대 ‘항명(抗命).’


압력 vs 항명 … 엇갈린 국감 증언
윤 "공소장 변경 네 번 승인받아"
조 "보겠다 했지 승인은 안 해"
"윤석열 믿었는데" 조 지검장 눈물

 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선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여주지청장과 수사를 총지휘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주장이 이처럼 크게 엇갈렸다. 사태를 보는 시각차가 컸다. 윤 지청장은 트위터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가 드러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와 집행 과정에 대해 “정상적인 보고를 거쳤다”고 주장한 반면, 조 지검장은 “절차를 밟은 보고가 아닌 통보였다”고 맞섰다. 이날 핵심 쟁점은 ▶윤 지청장의 정식 보고 여부 ▶조 지검장의 재가(裁可) 및 공소장 변경 승인 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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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지청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 15일 저녁 조 지검장의 집에 도착해 다과를 하며 밤 늦게까지 같이 맥주를 마셨다. 주로 사적인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 16일 0시쯤 준비해 간 보고서를 갖고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15일 밤 화기애애하게 보내다가 막판에 보고를 드렸다는데.”(서기호 정의당 의원)



 “처음 보고를 듣자 (조 지검장이) 격노했다. 그러더니 ‘야당 도와줄 일 있나. 야당이 이걸 갖고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하겠나. 정 그렇게 하겠다면 내가 사표를 내겠다’고 했다. 그래서 ‘지검장님과 함께 계속 끌고나가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윤 지청장)



 조 지검장의 얘기는 다르다. 조 지검장은 “보고는 통보와 다르다”며 “내용도 잘 모르는데 보고도 없이 체포하겠다는 것을 허가할 검사장은 없다”고 말했다.



 “윤 지청장은 보고한 뒤 재가를 받았다고 한다.“(김도읍 새누리당 의원)



 “윤 지청장이 밤 12시쯤 갑자기 내놓은 보고서는 한눈에 내용을 파악해 그 자리에서 결정할 내용이 아니었다. ‘검토를 깊이 해보자’고 해서 돌려보냈다. 윤 지청장이 ‘(법무부 등) 보고를 생략하고 진행하게 해주십시오’라고 해서 안 된다고 했다. 격노한 적도 없다.”(조 지검장)



 윤 지청장은 16일 법원에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은 이날 발부됐다. 수사팀은 17일 오전 7시40분쯤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을 체포해 지검에서 조사한 뒤 밤 9시쯤 석방했다.



 “17일 오후 국정원 요원을 체포해 조사하던 중 직무배제 명령을 받았다. 박형철 공공형사부장에게 ‘지검장님 지시에 따를 테니 추가 공소장 변경만 할 수 있도록 요청드려라’고 했다. 박 부장은 두 번에 걸쳐 승인을 받았다. 제 방에서 박 부장이 지검장과 통화하는 와중에 ‘승인한다’는 말을 수화기 너머로 듣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사전에 말씀드리지 않고 국정원 요원을 체포한 것은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러 지검장 방에 갔다. 박 부장이 배석한 자리에서 18일에 공소장을 변경해 제출하겠다고 했다.”(윤 지청장)



 공소장 변경에 대해서도 조 지검장은 승인한 게 아니라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했다.



 “공소장 변경을 승인한 것 맞습니까.”(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박형철 부장이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고 두 번에 걸쳐 얘기하더라. 그래서 ‘좋다. 내가 볼게’라고 했다. … (중략) 그러나 변경을 승인한 적은 없다.”(조 지검장)



 박 부장은 18일 오전 8시50분 법원에 변경한 공소장을 제출했다. 이날 오후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브리핑에서 “윤 지청장이 상부 보고와 결재 절차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채 국정원 직원에 대한 압수 및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뒤 역시 보고 없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시켰다”며 “이에 조 지검장이 윤 지청장을 수사팀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갈라선 30년 친분=조 지검장은 서울대 법대 77학번, 윤 지청장은 같은 대학 2년 후배(79학번)로 대학 시절부터 친한 사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 지휘와 수사 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웠다. 조 지검장은 “ 나는 윤석열을 믿고 버리지 않는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항명으로 가리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말을 마친 조 지검장의 오른쪽 눈가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윤 지청장의 작심한 듯한 발언이 생각난 듯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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