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혼 4건 중 1건 국민연금 분할 못 받아

중앙일보 2013.10.22 01:38 종합 12면 지면보기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64)씨는 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될 무렵 아내(61)와 결혼했다. 그때부터 2009년 3월까지 보험료를 꼬박꼬박 냈다. 그 덕분에 2010년 4월부터 월 98만원의 국민연금을 받아왔다. 김씨는 아내와 관계가 좋지 않아 불화 끝에 2012년 5월에 이혼했다. 그런데 이혼한 아내가 지난해 11월 만 60세가 되면서 연금 분할을 신청했고, 현재 연금의 절반(49만원)을 떼주고 있다.


까다롭고 불합리한 요건 도마에
혼인기간 5년 미만은 안 되고
전 배우자 60세 전 숨질 경우엔
연금 한푼도 나눠받을 수 없어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황혼이혼이 증가(본지 10월 21일자 12면)하면서 김씨처럼 배우자에게 연금을 떼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국민연금법에 규정된 분할연금이다. 일명 ‘이혼연금’으로 불린다. 혼인 기간 동안 보험료를 내는 데 부부가 힘을 합쳤으니 연금을 나눠야 한다는 취지다.



 올 8월 현재 분할연금을 받는 사람은 9458명. 2010년 말 4632명에서 올해 두 배가 됐다. 남편의 연금을 나누는 아내가 8316명(88%), 아내 것을 나눠 받는 남편이 1142명이다. 분할연금은 무조건 연금을 싹둑 절반 자르는 게 아니라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을 추려 절반씩 나눈다. 가령 노후연금 100만원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이 90만원이면 이것을 45만원씩 나눈다. 8월 현재 균분할연금의 평균 금액은 월 16만원이다. 여성이 1.5배 정도 많다. 부부가 둘 다 연금가입자였다면 이 계산 방식에 따라 각각 나눠줘야 한다. 양측이 나누지 않기로 합의할 수도 있다.



 분할연금이 선진적인 제도이긴 하지만 손볼 게 많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대표적인 게 수령 자격을 혼인 기간 5년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은 21일 국감자료에서 지난해 이혼 11만4316건 중 혼인 기간 5년 미만의 신혼이혼 2만8205건(24.6%)이 분할연금 혜택을 못 본다고 밝혔다.



 만 61세(지난해까지 만 60세)가 돼야 받을 수 있는 조항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40~50대에 이혼한다면 한참 후에 분할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 60세 전에 전 배우자가 숨지거나 다치면 각각 유족연금(사망일시금)과 장애연금이 발생하는데, 이 두 연금은 분할되지 않는다. 신 의원은 “분할연금이 부부가 공동으로 기여한 부분을 인정한 제도인데, 이 취지를 살리려면 혼인 기간과 상관없이 지급하는 것이 맞다”며 “분할 시기도 이혼 시점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분할연금은 재혼을 해도 계속 받는다. 재혼 후 다시 이혼해도 분할연금이 또 생겨 두 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분할연금을 받던 사람이 숨지면 연금이 사라진다.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한 보고서에서 그런 연금을 전 배우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금을 분할하는 사유가 사라졌으니 분할연금을 원상으로 복구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공무원·군인·사학연금·퇴직연금(퇴직금)·개인연금은 분할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공무원-민간인 부부가 이혼하면 민간인의 얼마 안 되는 국민연금은 공무원 배우자가 나눠 갖고 공무원연금은 나누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난다. 민주당 최동익 의원은 “공무원연금 등에도 분할연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위스·일본·독일·캐나다는 이혼 후 바로 나누고 공무원연금도 분할한다. 스위스·캐나다는 별거할 때도 연금을 분할한다.



신성식 선임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