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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아직도 갑을관계 시대인가

중앙일보 2013.10.22 00:09 경제 11면 지면보기
김종국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국내에서 트랙터를 생산해 70%를 수출하는 한 대기업은 300개가 넘는 부품 중 직접 생산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협력 중소기업이나 다른 대기업이 생산한 부품을 가져다 조립하는 것이다. 이 회사에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은 원청업체인 대기업으로부터 기술개발자금을 지원받아 생산원가를 3분의 1로 낮추고 매출이 다섯 배나 늘었다. 대기업은 살기 위해 손을 내밀고 이를 통해 중소기업은 더 잘되는 ‘널뛰기 동반성장’이 이루어진 것이다. 내가 높이 뛰고 싶을수록 상대를 높이 올려줘야 한다. 이 회사 트랙터의 경쟁력은 300개가 넘는 부품업체들의 경쟁력을 모은 총합이다. 따지고 보면 대기업의 경쟁력이 협력 중소기업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협력 중소기업이 가진 역량을 대기업이 얼마나 잘 이끌어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기업의 경쟁력이 결정되는 시대다. 삼성 휴대전화에는 국내외 중소기업이 만든 부품이 탑재돼 있다. 삼성이 만든 제품의 총체적 경쟁력이 애플보다 좋아야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로 중소기업 제품의 경쟁력 총합이 도요타보다 뛰어나야 이기는 것이다. 결국 대기업 간의 대결은 협력 중소기업끼리의 대결인 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그간 제조업에 의존하며 성장해왔다. 대기업이 앞장서 개발한 신제품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면 협력 중소기업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이제는 경쟁력을 창출하는 방식이 앞서고 뒤서는 형태가 아니라 서로가 손을 잡고 나가는 파트너 방식이자 협업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제조업에서 창의적 경영은 다양한 분야의 많은 구성원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때 가능하다. 대기업들도 중소기업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때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협업·집단지성·오픈이노베이션이 바로 동반성장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기업·1차벤더·2차벤더 식으로 직원들을 구분하는 방식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젠 ‘갑을 관계’란 말 자체가 사라질 때가 됐다.



김종국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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