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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賞[상]

중앙일보 2013.10.21 09:48
가을 선선한 바람이 불 때면 언론사를 긴장시키는 상(賞)이 하나 있다. 노벨상이다. 흔히 그 소식이 야밤에 전해지는 데다 때론 수상자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의외의 인물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 문단(文壇)도 가을만 되면 긴장한다. 혹시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문인(文人)이 선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올해도 그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끝나고 말았다.



상이란 게 참 묘하다. 상을 바라고 무슨 일을 시작하는 게 아니건만 상을 타지 못하면 마음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공로를 분명하게 조사해 그 크고 작음에 따라 엄정하게 서열을 매겨 상을 내리는 논공행상(論功行賞)은 매우 중요하다. 또 상을 줄 만하면 상을 주고 벌을 줄 만하면 반드시 벌을 주는 신상필벌(信賞必罰) 또한 국가나 사회, 또 군대의 기강(紀綱)을 바로잡는 데 없어서는 안 된다. 상(賞)과 벌(罰)은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벌보다는 상으로 대함이 상책이다.



한 사람을 벌함으로써 만인에게 경계가 되게 한다는 일벌백계(一罰百戒)보다는 한 사람의 착한 일에 상을 내려 뭇사람에게 착한 일을 장려하는 상일권백(賞一勸百)이 한 차원 높은 치국(治國)의 방법이다. 말뿐인 칭찬이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여기에 부상이 따라붙게 마련인 상을 위해선 그야말로 목숨까지 내놓고 충성을 바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고대 병법서인 삼략(三略)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향이지하 필유사어(香餌之下 必有死魚) 중상지하 필유용부(重賞之下 必有勇夫)’. 향기로운 미끼 아래는 반드시 이에 걸려 죽은 물고기가 있고 후한 상 아래에는 반드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용사가 있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용사가 전쟁터에서 목숨을 바쳐 싸울 수 있는 까닭은 비록 내 한 몸이 죽더라도 남아 있는 내 가족은 군주가 후하게 보살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그러고 보면 상은 미끼에 다름 아니다.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게 하고 때로는 목숨까지 바치게 만드는 무서운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그 또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때로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홀로 향기를 내뿜으며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고방자상(孤芳自賞)의 자세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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