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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정지, 돈 몇푼 내면 끝 … 장사 계속하는 대형마트

중앙일보 2013.10.21 00:39 종합 7면 지면보기
2010년 경기도 파주의 이마트는 유통기한이 18일 지난 치즈를 팔다가 적발돼 영업정지 7일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식품 유통기한 넘기는 등 위반
연매출 100억원 넘는 매장도
정지 1일당 166만원만 내면 돼

 이마트는 그러나 영업을 계속했다. 식품위생법 시행령에 의해 이마트는 하루에 166만원씩 7일 동안 1162만원의 과징금을 내면 영업정지를 대체할 수 있다. 하루 매출이 2억원 안팎이라 과징금을 내고 장사를 하는 게 이마트로선 훨씬 이익이 되는 선택이었다.



 2011년 경기도 성남의 세이브존 아이앤씨도 사각어묵과 깐메추리알을 냉장하지 않고 여러 날 실온에서 보관하고 판매하다가 영업정지 7일을 받았지만 역시 1162만원을 내고 영업을 계속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유통판매업체 단속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이 식품위생법을 어겨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도 실제로 영업을 멈춘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클수록 부담이 적은 불공정한 과징금 체계 탓이다.



 단속 결과에 의하면 2010년부터 지난 6월까지 연매출 100억원 이상인 대형마트 39곳을 포함해 유통업체 461곳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83%인 382곳이 과징금을 물고 영업을 계속했다.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53조는 과징금을 내면 영업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다만 과징금 액수는 업체마다 차등을 두고 있다. 매출액에 따라 총 26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연매출 2000만원 이하(1등급) 업체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하루에 5만원을 물어야 다시 장사를 할 수 있다. 26등급인 연매출 100억원 초과 업체는 하루에 166만원을 내야한다.



 문제는 매출액 대비 과징금 비율이다. 가령 연매출이 1500만원인 골목상점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하루 매출(약 4만1000원)보다 더 많은 5만원의 벌금을 내야 장사를 할 수 있다. 매출액 대비 과징금 비율이 100%가 넘는다. 반면 연매출 100억원 안팎(하루 매출 2740만원)의 대형마트에 166만원은 약 6%에 불과하다.



 과징금 체계가 대형마트보다 골목상점에 더 부담이 되게 구성돼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초부터 대형유통업체들의 골목상권 침해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지만 정작 대형마트에 대한 과징금이 너무 적어 영업정지 처분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냉동갈치를 냉장 진열대에 보관·판매하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지방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언 생선은 냉장제품으로 유통 또는 보관해선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장사를 하다 영업정지 처분을 맞더라도 과징금만 내면 영업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대형마트와 영세업체 사이의 불공정함을 바로잡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시작”이라며 “정부, 국회 입법조사처 등과 협의해 과징금 산정기준을 개선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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