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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기 건드린 군 정치댓글, 의혹 남기면 안 돼

중앙일보 2013.10.21 00:34 종합 34면 지면보기
국방부 직할 국군사이버사령부 소속 일부 요원이 지난해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정치적 성향의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군 수사기관이 진행해온 사실 확인 차원의 조사를 수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가정보원에 이어 군까지 정치 개입 의혹의 도마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의혹 규명을 군의 자체 조사에 맡길 수 있을지 의구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군은 지난 15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 지시에 따라 사실 확인을 위한 합동 조사를 해왔다. 이 조사에서 사이버사령부 군무원 3명과 부사관 1명이 일부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오늘 김 장관에게 중간 조사 결과를 보고한 뒤 수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군 내부에서는 “군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지난해 총선·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대통령 자격이 안 된다’는 내용을 리트윗(재전송)하는 등 정치 관련 글 300여 건을 올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의혹은 수사를 통해 진위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군은 그 어떤 정부 조직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군의 정치 개입은 한국 현대사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점에서 절대 재연돼서는 안 될 금기(禁忌)다. 헌법이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제5조 2항)고 명시한 이유다. 정치 댓글 활동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면 심각한 국기 문란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발표할 게 없으면 발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 이번 주 초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공언한 마당에 조사를 흐지부지 끝낸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이번 의혹이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임을 잊어선 안 된다. 더욱이 사이버사령부 요원들과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연계해 활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설명 없이는 의혹에서 한 발자국도 비켜가기는 어렵다.



 군의 자체 수사가 과연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경우 검찰의 재수사 과정에서 경찰에 의한 은폐·축소 혐의가 드러나 정치적 논란을 증폭시켜 왔다. 군이 자체 수사로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지 않는다면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다. 핵심 의혹인 조직적 개입 여부 등을 철저하게 파헤쳐 결과를 숨김 없이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자신이 없다면 외부기관에 조사를 의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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