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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비정규직 보호법의 역설, 취업 보트피플

중앙일보 2013.10.21 00:34 종합 34면 지면보기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모로코·알제리·튀니지 등 북아프리카인들에게 지중해는 ‘희망의 대륙’으로 통하는 관문이다. 그들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몰래 보트를 탄다. 목적지는 지중해 건너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남부. 보트피플의 항해다. 요즘은 거꾸로 현상도 나타난다. 스페인 청년들이 모로코로 넘어간다. 일자리 때문이다. 보트를 타지 않는다는 점만 다르다.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에 30세 이하 스페인 청년 28만 명이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떠났다. 대부분 다른 유럽 국가나 미국 등으로 갔지만 일부는 북아프리카의 건설 현장으로 향했다. 스페인의 청년 실업률은 56%나 된다.



 전 세계를 강타하는 청년 실업, 한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15~29세 청년들의 9월 실업률은 7.7%다. 숫자로는 나아 보이나 속내는 딴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취업자로 잡히는 비정규직이다. 당신이 웬만한 직장에 다닌다면 사무실을 둘러보라. 거의 예외 없이 비정규직 청년들이 근무하고 있을 것이다. 올해 30세인 A씨.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두 차례 옮겼다. 처음 직장에서는 계약직 촬영보조로 1년을 근무했다. 두 번째 직장은 파견직이었다. 2년 돼서 나왔다. 지금 직장은 사무직이지만 역시 파견직이다. 2년 후를 기약할 수 없다. “보수가 적더라도 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면서 경력과 실력을 쌓고 싶다. 그래야 승진도 하고, 봉급도 올라간다.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보트피플처럼 떠도는 내가 밉고, 사회가 싫다.” A씨의 가슴에는 이런 칼이 들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늘어난 비정규직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게 비정규직 보호법이다. 2007년 7월부터 시행됐다. 핵심은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근무하면 사용자가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했다. 법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났다. 비정규직 보호의 효과가 나타났나. 거꾸로다. 고용노동부가 2010년 4월부터 올 4월까지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패널 조사를 했다. 근무기간 2년이 적용되는 근로자 121만5000명 중 정규직으로 전환했거나 정규직 일자리로 옮긴 비율은 11.4%(13만9000명)에 그쳤다. 이 기간 중 절반 이상인 52.7%는 일자리를 잃거나, 다른 곳으로 옮겼다. 기업의 입장도 답답하다. “2년 동안 숙련시킨 직원을 계속 고용하는 게 낫다. 그런데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하면 부담이 돼서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청년들의 절규는 그치지 않는다. 좌절이 계속된다면 이들은 동남아로, 중국으로, 심지어 아프리카로 떠날지 모른다. 지중해를 건너는 보트에 몸을 싣는 아프리카 청년들은 영광의 탈출을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목숨을 건다. 보트가 뒤집히면 세계에서 가장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바다는 아비규환 생지옥으로 변한다. 한국의 청년들에게 이런 보트피플 소식이 남 얘기일까. 약자를 위한다는 게 오히려 약자를 옥죄는 것으로 결론 난 비정규직 보호법, 없어져야 한다.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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