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칼럼] 노벨평화상만 주면 그만인가

중앙일보 2013.10.21 00:33 종합 33면 지면보기
리처드 와이츠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시리아에서 벌어진 민간인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정권이 비축한 화학무기 제거 방안을 함께 마련하게 됐다. 바로 러시아·미국의 시리아 화학무기 제거 계획의 실행을 맡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됐다. 화학무기 위험이 시리아에서 끝난 건 아니다. 각국 정부가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 말고도 2007년 이라크의 경우처럼 테러리스트들이 독극물을 쓸 위험도 있다. 사실 정부나 비정부 조직이 내용물을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화학무기는 생산·획득·사용이 가장 쉬운 대량살상무기에 속한다.



 많은 나라가 이런 화학물질을 대량 제조할 수 있는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테러리스트들도 위험물질을 생산·사용할 자원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화학무기 공격은 살상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생존자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심리적인 영향(충격 효과)도 엄청나다.



 화학무기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OPCW는 특히 그 개발·생산·획득·비축·이전과 사용을 금지하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통해 이를 줄이는 데 큰 활약을 했다. CWC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비확산협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몇몇을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가입한 CWC는 아무리 논쟁적 안건이라도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예산 부족에도 훈련·교육 프로그램 확대에 힘써 왔다. 더욱 중요한 것은 CWC가 1997년 발효 이후 국가 간의 분쟁에서 화학전을 벌이지 못하도록 막는 데 중추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20세기에 개발된 화학무기의 엄청난 재고를 제거한다는 1차적인 목표를 몇 년 안에 분명히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CWC는 상당한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 국가가 감축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며, 화학무기 파기 시한을 반복적으로 어기는 가맹국도 있다. 화학무기 확산 의심 국가들은 CWC에 서명하길 거부하면서 기술이전과 수출에 열을 올린다. 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에 따라 변화 중인 글로벌 화학산업의 통제를 비롯한 CWC 사찰제도의 효율성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비살상 화학물질과 무력제 사용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화학무기 비축분이 폐기된 뒤의 OPCW 역할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은 자국 화학산업의 확대·현대화를 지원해주길 원한다. 이를 위해선 선진 화학산업 국가로부터 지식·기술이 이전돼야 한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OPCW가 계속 안보 분야에 초점을 맞추길 원한다. 비축분 파괴에만 초점을 맞춘 기구에서 진화해 정부와 테러리스트 집단을 비롯한 비정부 조직의 화학무기 확산 위협에 대응할 능력을 갖춘 조직이 되기를 바란다.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방어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논란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OPCW가 예산 부족과 인력 감축에 따른 내부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OPCW는 위험한 내전의 한복판에서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를 찾아 리스트를 작성하고 화학무기 비축분을 파괴해야 할 임무를 맡았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부담을 OPCW가 져선 안 된다. 화학무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어떤 나라라도 도울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이 CWC 서명국에 이익이 될 것이다.



 노벨위원회가 OPCW의 세계평화 증진을 위한 중요한 역할과 시리아 화학무기와 관련해 상을 주기로 한 결정은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이 기구와 CWC에 대한 지원 증가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만약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세계는 더욱 무서운 세상이 될 수 있다.

ⓒProject Syndicate



리처드 와이츠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