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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금융감독기구의 말 바꾸기, 책임 떠넘기기 유감

중앙일보 2013.10.21 00:33 종합 33면 지면보기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동양건은 얘기 안 했다.”→“(논의했지만) 동양그룹을 특별히 봐주기 위한 건 아니었다.”



 18일 국정감사장에서 보인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말 바꾸기’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홍기택 산업은행장과 만나 동양그룹과 관련된 논의를 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최 원장이 침묵과 답변 번복으로 일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결국 의원들의 질타에 최 원장은 ‘문제의 만남’이 8월 하순 신제윤 금융위원장까지 참석한 청와대 서별관 회의였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사안이 민감해서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를 지켜 본 주변 반응은 한마디로 “허탈하다”는 것이다. 서별관 회의는 매주 청와대에서 열리는 거시경제정책협의회의 별칭이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이 멤버다. 정부 관계자는 “ 동양의 유동성 위기라는 현안을 논의하고 대책을 세우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 “왜 굳이 이를 감추려 해 의혹을 자초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그러면서 “불똥이 청와대에 튈까 봐 최 원장이 ‘오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임명권자로까지 확대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뻔한 사실까지 인정하지 않다 스텝이 꼬였다는 얘기다.



 ‘동양 국감’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건 이뿐만이 아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수장은 입을 맞춘 듯 “일부 책임은 있지만…” 식의 해명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당국 간 책임 떠넘기기의 모습도 엿보였다. 금감원은 ‘(금융위의 책임인) 법적 규제가 미흡해 감독에 한계가 있었다’고 책임을 비켜가려 했다. 반면 금융위 측은 ‘우리는 시스템 리스크를 살필 뿐 미시 감독은 금감원의 몫이다. 금감원의 규정 개정 건의도 지난해 7월에야 받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가히 동양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만큼 복잡한 금융정책·감독 당국 간 순환책임 고리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시장에 불거진 동양 문제를 금감원의 보고가 없어 잘 몰랐다는 금융위의 주장이나, 평소 감독·검사권을 지렛대로 무소불위의 완력을 행사해온 금감원이 수단이 없어서 일을 못했다는 변명 모두 어색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런 면피성 대응이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뒤늦게 동양증권을 특별검사하고 있지만 불완전판매가 광범위하게 벌어졌다는 결론이 나오면 이를 감독하지 못한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면서 "결국 용두사미식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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