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반 20주기 기도회
이날 기도는 오전 10시 시작했다. 보통 두 시간에 1000배를 할 수 있다. 꼬박 6시간 절을 해야 이날 목표인 3000배를 채울 수 있다.
해인사를 품은 가야산은 군데군데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선선하고 청명한 가을날이다. 하지만 각자 마음 속에 은밀한 서원(誓願)을 품고 3000배에 몰두하는 사람들은 연신 땀을 흘렸다. 법복이 금세 땀에 젖었다.

‘칠일칠야…’는 올해가 20회째다. 1주기부터 시작했다. 성철 스님 상좌인 원택 스님은 “큰스님이 생전 기회 있을 때마다 신심 있는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하셨는데, 뭔가 뜻 깊게 큰스님의 수행 정신을 기리기 위해 ‘칠일칠야…’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팔만사천배는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기도할 경우 하루 1만2000배, 일주일간 계속하면 모두 8만4000배를 하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는 성철 스님 문도회 7~8개 사찰의 신도들이 일주일 내내 사리탑을 찾아 하루 3000배를 하는 행사로 진행된다.
성철 스님은 생전 신도들이 찾아오면 3000배를 마쳐야 만나줬다고 한다.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에게 절하라는 의미였다. 부처님에게 절하면서 만나는 대상은 실은 자기 자신이다. 진리에 눈을 떠 이웃과 사회를 위해 복덕을 쌓으라는 의미였다. 성철 스님 사리탑 주변은 그런 보살 정신의 현장이었다.
해인사(합천)=신준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