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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엄마 리더십' 10년 … 매출 두 배로 키워

중앙일보 2013.10.21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2003년 10월 21일 오전 10시가 막 지날 무렵, 언론사들이 앞다퉈 긴급 속보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사진)씨가 임시이사회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에 선임됐다”는 내용이었다.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으로 선임됐다는 것은 곧 현대그룹 경영권을 쥐게 됐다는 의미였다. 남편의 유고 사태로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진 지 겨우 두 달 만에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현정은씨’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기업 총수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으로 극적인 신분 변화를 이뤘다. 이후 10년간 그는 세간의 우려와 의심을 모두 이겨내면서 ‘현대호’를 굳건히 이끌어 나갔다.


2003년 주부서 대기업 총수 변신
따뜻한 감성경영으로 현대호 지켜
해외 호텔 등 사업 다각화 나서

 21일 취임 10주년을 맞는 현 회장에게 지난 세월은 다사다난, 그 자체였다. 2003년과 2006년에는 각각 시숙인 정상영 KCC명예회장, 시동생인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와의 사이에 두 차례나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2008년 7월 관광객 총격 피살 사건으로 그룹의 핵심 사업이었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는 위기도 겪었다. 2010년에는 다 잡았던 현대건설을 시아주버니인 정몽구 현대그룹 회장에게 넘겨줘야 했던 아픈 기억도 있었다.



 하지만 잇따른 위기의 와중에서도 현 회장은 만만치 않은 역량을 발휘했다. 그의 경영철학은 ‘긍정리더십’과 ‘감성경영’으로 대표된다. 그는 “긍정의 마인드는 불가능도 가능하게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서 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직접적인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해 임직원들에게 삼계탕·다이어리·목도리 등을 선물하거나 e메일을 직접 보내기도 했다. 그 결과 2003년 5조4000억원대이던 그룹 매출액은 지난해 11조7000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고, 8조4000억원대이던 자산 규모는 27조5000억원대로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현 회장 개인이 재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남편의 대북 사업 유지를 계승, 발전시킨 덕택에 북한을 가장 잘 아는 기업인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현 회장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직접 만난 거의 유일한 기업인인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의 구두 친서를 받은 유일한 재계 인사다. 금강산과 개성공단 등 북한 내에 인프라가 많아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경우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설 기업인이기도 하다.



 물론 그가 대북사업 재개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 회장은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현대증권·현대로지스틱스 등 계열사들의 해외 네트워크를 크게 확장시키는 한편 반얀트리 호텔 인수 등 사업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과거 10년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현 회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새로운 도약의 10년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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