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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같은 핀란드 정신과 … 청소년 자살률 절반 줄였다

중앙일보 2013.10.21 00:02 건강한 당신 3면 지면보기
핀란드 오울루의대 카이자 리알라 교수와 한림의대 정신건강의학과 홍현주 교수가 청소년 정신건강 증진 방안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자살과 전쟁 중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8년째 1위. 청소년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정신건강증진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도 포함시켰다. 교육부는 2012년부터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를 전면 실시하고 있다.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신상담과 치료를 연계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살 문제를 너무 의료적으로 접근 한다’는 비판도 있다.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한때 자살공화국의 오명을 썼던 핀란드를 보면 답이 보인다. 15일 열린 ‘제4회 한림-오울루 국제학술 심포지엄’에 핀란드 청소년 정신건강 전문가인 오울루대 정신과 카이자 리알라(Kaisa Riala) 교수가 참석했다. 한림의대 정신건강의학과 홍현주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청소년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 예방에 대한 대안을 모색했다.

상담 생활화로 '자살 공화국' 오명 벗은 선진국 사례



-홍현주 교수(이하 홍)=한국 청소년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5.58명이다. 수치로는 아주 높진 않지만 증가 추세다. 특히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핀란드는 어떤가.



▶카이자 리알라 교수(이하 리알라)=예전에는 헝가리와 핀란드의 자살률이 아주 높았다. 유럽 중에서 최고였다. 지금은 많이 줄어 중간 정도다. 그래도 사망 원인 1위는 아니다. 한국이 특이한 점은 남녀의 자살률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보통은 남자가 더 높다. 핀란드는 여자 1명당 남자 3명 정도 비율이다.



-홍=그래도 한국은 여학생이 심리치료에 잘 응하는 편이다. 감정 표현에 익숙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상 청소년 심리치료는 한국의 사회적 이슈다. 정부와 병원 모두 방안을 찾고 있다.



▶리알라=핀란드 학교에는 학교보건시스템이 있다. 학교마다 간호사가 있어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면담도 하고 설문도 작성한다. 특이사항이 발견되면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다.



-홍=한국에서는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많다. 굉장히 큰 장애물이다. 특정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권장했다고 하면 부모의 거부반응이 상당하다. 정신건강 치료를 받는 데 대한 선입견은 없나.



▶리알라=핀란드는 없다. 학생들도 심리치료를 받았다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한다.



-홍=한국에서도 학교에 기반한 정서행동 특성검사를 실시한다. 평가 자체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핀란드는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이 있었나. 청소년은 의료의 개입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리알라=핀란드에서 1980년대 중반 국가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후로 자살률이 급감했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많이 낮아졌다. 1990년 청소년 자살률이 10만 명당 12명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점차 낮아져 2008년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홍=자살률 감소의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인가.



▶리알라=자살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변화한 것이 있다. 500개에 가까운 코뮌(commune, 지방자치 기본단위)의 공공의료센터(우리나라 보건소 개념)에 모두 정신과 간호사를 둔 것이다. 프로그램 시행 전에 의사는 있었지만 정신과 의사는 없었다. 그래서 정신과 간호사를 배치했다. 정신과 전문인력 배치가 주효했다고 본다.



-홍=핀란드도 학교에서 보건교사가 상담한 뒤 정신과 치료와 연계하나.



▶리알라=모든 학교에 스쿨닥터가 있진 않다. 하지만 의사 한 명당 2~3개 학교를 관리한다. 학생과 면담하는 방식이다. 보건교사를 통해 걸러진 학생이 대상이다.



-홍=우리나라와 굉장히 비슷한 시스템이다. 한국도 정서행동 특성검사를 통해 관심군으로 분류되면 2차 평가를 진행해 개입이 필요한 학생은 정신건강 증진센터, 위센터나 정신과로 의뢰한다.



▶리알라=한국에는 심각한 우울증이 아닌 단순히 ‘기분이 안 좋다’고 느낄 때 편하게 찾아갈 곳이 있나.



-홍=현재 시스템에서는 없다.



▶리알라=핀란드에서는 대규모 도시를 중심으로 병원 개념이 아니라 걱정거리를 상담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예약 없이 언제든 이용이 가능하다. 정신과 분야를 4년 동안 전공한 간호사가 상주하고, 정신과 의사의 상담도 받을 수 있다.



-홍=우리나라는 정신과 의사 등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소아청소년을 전공하는 정신과 의사는 더욱 그렇다. 핀란드의 정신과 전문인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리알라=인구 500만 명에 일반 정신과 의사 928명, 청소년 정신과 의사 159명, 영·유아 정신과 의사 212명이다.



-홍=한국은 정신과 의사 수는 3412명이다. 인구는 핀란드의 9배가 넘는 걸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한 체계는 마련됐는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류장훈 기자



카이자 리알라 교수

1984년 오울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99년 오울루대학교 소아정신과 세부전문의

현 헬싱키대학교 중앙병원 소아정신과 과장



홍현주 교수

1994년 연세대 의대 졸업

2006년 연세대의대 대학원 의학박사

전문 분야: 학교정신보건, 소아청소년 클리닉,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틱장애, 기분장애 등 현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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