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양 5개사 회생절차 시작 … 사주 입김 유지돼 논란

중앙일보 2013.10.18 02:17 종합 4면 지면보기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거리에서 열린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 및 기업어음 투자 피해자 모임 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동양·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동양네트웍스·동양시멘트 등 동양그룹 계열사 5곳이 17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리면서다. 법원은 동양그룹의 모기업인 동양시멘트 등 4곳에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선임했다. 동양네트웍스만 관리인을 새로 뽑았다.

모럴해저드 시비 이는 법정관리
4곳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 임명
법원 "공동관리인 선임해 감독"



 법원 결정이 나오자 현재현(64) 동양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경영권 유지를 위해 우량기업인 동양시멘트에 대해서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동양증권 노조는 이날 “우량기업으로 평가받던 동양시멘트가 기습적으로 법정관리 신청 대상이 된 것은 치밀하게 계획된 꼼수”라고 주장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법정관리 신청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웅진그룹, 올 6월 STX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은 155개(2010년)→190개(2011년)→268개(2012년)로 꾸준히 늘었다. 올 들어서도 193개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동양과 비슷한 논란이 있었던 웅진그룹을 성공적으로 법정관리를 진행한 사례로 꼽는다. 지난 2월 법정관리 개시 이후 ▶윤석금 회장 등 특수 관계자 지분비율이 77.8%에서 7.35%로 크게 줄었고 ▶웅진코웨이·웅진캐미칼을 성공적으로 매각했으며 ▶회생 채권을 조기에 100% 갚았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STX팬오션의 경우 회생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채권단이 지지부진하는 바람에 빚이 4조5000억원 규모로 늘어난 뒤에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기업을 살릴 수만 있다면 빨리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법정관리의 경우 대부분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다. 법원은 법정관리 개시 기업 10곳 중 9곳에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선임해 왔다. 2006년 도입한 통합도산법상 기존관리인유지 제도에 따른 것이다. 조규홍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실 팀장은 “미국과 달리 소유·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한국에선 대주주가 최고경영자(CEO)인 경우가 많아 사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제도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구회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부장판사는 “배임·횡령 등 비리가 없는 기존 경영진을 가려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데다 선임한 후에도 채권자와 끊임없이 협의하기 때문에 오너가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파산 전문 김관기 변호사는 “법정관리 신청을 까다롭게 하고 신청한 기업에 대해선 채권단·회계법인이 공동 실사토록 하는 등 모럴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를 막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주도하는 워크아웃도 만능은 아니다. 채권단은 기업 살리기보다 채권 회수에 매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모럴해저드 논란을 막기 위해 기존 경영진 외에 구조조정담당임원(CRO)을 추가 선임해 법정관리를 모니터링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수석부장 이종석)는 이날 ㈜동양과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에 대해 기존 대표이사와 함께 정성수 전 현대자산운용 대표이사, 최정호 전 하나대투증권 전무, 조인철 전 SC제일은행 상무를 각각 공동 관리인으로 추가 선임했다.



동양네트웍스의 경우엔 기존 경영진인 김철·현승담(현재현 회장 장남) 대표를 배제시켰다. 재판부는 “대주주가 부당한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 등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양의 경우 신속한 절차 진행을 위해 2011년 4월부터 도입된 ‘패스트트랙’ 제도가 적용된다. 6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기환 기자



◆법정관리=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 가운데 회생 가능성이 있을 경우 법원이 지정한 제3자로 하여금 일정 기간 기업활동 전반을 관리한 뒤 정상화해 졸업시키는 제도. 채권단 주도로 이뤄지는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과 구별된다.



관련기사

▶ 신제윤, 최수현 금감원장 실토로 '靑 회동' 사실 알려지자

▶ 시종일관 고개 숙인 현재현, 부인 얘기 꺼내자

▶ "동양, 저축은행 사태 재방송 보는 것 같다" 일침

▶ 최수현 금감원장 "동양, 감독상 한계" 책임 통감

▶ 현재현 회장 "대부업체가 사실상 동양 지배회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