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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현 "아내 대여금고에 있던 건 한복 등 잡동사니"

중앙일보 2013.10.18 02:15 종합 5면 지면보기
이승국 전 동양증권 사장,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왼쪽부터)가 17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된 17일 오후 2시, 국회 본청 602호 정무위회의장에 들어설 때부터 고개를 숙였다. 증인 선서를 마친 현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비통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엎드려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고도 했다.

정무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



“투자자에게 사죄 … 할 수 있는 일 다 할 것”



 여야 의원들의 질의는 현 회장에게 집중됐다. 증인석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는 답변 땐 마이크를 두 손으로 잡고 말했다. 민주당 정호준 의원은 “내부적으로 법정관리를 검토하면서도 밖으로는 무리하게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은 형사처벌이 필요한 중대범죄 아닌가”라고 따졌다. 현 회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CP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딜(거래)을 추진했고, 한 번도 실패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며 “법정관리 신청은 신청 이틀 전에 결정해 아무런 준비 없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고개를 숙였지만, 필요할 땐 적극적으로 답했다. 부인인 이혜경 그룹 부회장이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 직후 대여금고에서 금괴를 가져갔다는 의혹에 대해 현 회장은 “금고 안에 있던 물건은 결혼식 때 입었던 한복과 마고자, 단추 등 잡동사니”라고 항변했다. 계열사 경영진들이 법정관리인으로 임명된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내가 ( 자진사퇴를) 지시할 입장이 아니다.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금감원장 만난 적 있지만 구명운동 안 해”



 오후 4시, 20분간 정회가 됐지만 현 회장은 10분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다른 증인이 모두 자리를 비웠지만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았고, 때때로 맞잡은 두 손을 어루만졌다.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자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그룹 비서 몇 명과 함께 국감장 옆의 정무위 입법조사관 행정실로 잠시 몸을 피했다.



 속개된 회의에서도 현 회장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과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만난 이유는) 동양증권 자산을 기초로 5000억~6000억원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산업은행이 지원할 수 있는지 물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그룹 회생이 불가능하니 제재 지연이나 구명 차원에서 찾아간 것 아니냐”(새누리당 김재윤 의원)는 지적에 대해선 “제재를 피하려고 그런 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동양그룹 내 ‘숨은 실세’란 의혹을 받고 있는 김철(38) 동양네트웍스 대표도 증언대에 섰다. 한국예술종합학교(디자인 전공)에서 한 학기를 다니다 중퇴한 김 대표는 젊은 나이에 그룹 계열사 대표를 맡으면서 그룹 전반을 좌지우지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는 “그룹 계열사의 대표로서 책임은 있다”면서도 시중의 의혹은 부인했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과는 설전도 벌였다.



 ▶박 의원=“회사 누구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입사했나.”



김철 “대학 공부 못 했다고 사장 못 하나”



 ▶김 대표=“많은 분으로부터 실적을 인정받아 들어왔다.”



 ▶박 의원=(현재현 회장을 향해) “김 대표가 (현 회장의 부인인) 이 부회장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에 들어왔다. 그래서 동양 사건에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



 ▶현 회장=“회사에 처음 들어와 (아내가 전공한 미술 분야와 가까운) 디자인 광고 이런 쪽의 일을 주로 맡아 컨설팅 업무를 시켰는데 실적이 좋았다.”



 ▶박 의원=“동양이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텐데, 바로 사장으로 채용한다면 국민이 쉽게 설득되겠나.”



 ▶김 대표=“(대화 중 끼어들며) 대학 공부 못하면 맡으면 안 되나.”



 박 의원의 질의가 끝난 후,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김철 증인의 답변 태도가 굉장히 불량하다. 위원장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감독책임을 지고 있는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감에 출석해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감독과 규율 면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며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동양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질문에는 “그룹의 방만한 경영과 구조조정 실패”를 꼽았다.



글=권호·이소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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