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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 중국 어선 불법조업, 서해 단속 현장 가보니

중앙일보 2013.10.18 01:55 종합 12면 지면보기



"연막탄 쏴" … 쇠창살 꽂힌 철갑벽 넘으니 식칼 휘둘러

















































지난 16일 오후 3시 전남 신안군 홍도 인근 해상.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3000t급 3009함 선내 스피커를 통해 명령이 떨어졌다.



 “전원 검문 준비 바람!” 한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검문·검색하기 위한 출동 대기 명령이다. 레이더에 중국 어선으로 보이는 배들이 잡힌 것.



“실탄 장전, 정선 신호 보내, 헬기 투입”



“키 오른편 5도, 220도 잡아!”



 3009함은 뱃머리를 홍도 서남쪽 40㎞ 해상 방향으로 틀었다. 배에 탑승한 목포해경 소속 기동대와 특공대원 16명은 실탄이 장전된 K5 권총, 스펀지 고무탄을 쏘는 다목적 발사기, 진압봉·섬광폭음탄·최루탄·전자충격총 등으로 무장을 마쳤다.



 “중국 선원과 우리 측 인명 피해를 방지하는 것은 물론 최대한 빨리 승선해 불법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김준표(54) 부함장의 지시가 끝나기 무섭게 대원들은 갑판 양옆 밧줄에 매달린 고속단정으로 이동했다.



 오후 4시30분. 함정 5㎞ 전방에 중국 어선들이 희미한 모습을 드러냈다. “정선 신호 보내!”라는 지시에 “부~웅” 고막을 찢을 듯 커다란 뱃고동 소리가 울렸다. 신호음을 두 번 더 울렸으나 어선들은 배를 세우기는커녕 오히려 중국 쪽을 향해 달아났다.



 3009함과 함께 작전에 나선 1500t급 1508함은 대형 프로펠러 2개가 달린 카모프 헬리콥터를 띄웠다. 기동·특공대원들이 탄 고속단정도 출발했다. 그러나 대원들은 좀처럼 중국 어선에 오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구조물이 뱃전에 설치돼서다. 중국 어선들은 뱃전을 따라 높이 1.5m에 위쪽에는 30㎝ 간격으로 길이 30㎝ 정도의 쇠꼬챙이가 튀어나온 철판을 둘러쳐 놓았다. 해경이 배에 오르지 못하도록 장애물을 설치한 것이다.



 2차 작전이 시작됐다. 카모프 헬기가 배 위 상공에서 대형 프로펠러를 돌려 어선 갑판 쪽으로 거센 바람을 쏟아부었다. 연막탄도 쐈다. 중국 어선 둘레에 쳤던 철판이 흔들리고 일부는 떨어져 나갔다. 이 틈을 타 기동·특공대원들이 승선을 시도했다. 그러자 선원들은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며 돌을 던졌다. 한 명은 식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대원들이 진압봉을 꺼내들고 접근하자 바로 식칼을 놓고 두 손을 들어 항복했다. 진압하는 과정에서 한우기(28) 순경이 부상했다. 뱃전에 둘러친 방어막을 뛰어넘다 바닷물에 젖은 갑판에 미끄러져 왼팔 골절상을 입었다.



“붙잡힐 위험 무릅쓰고 고기 잡으러 왔다”







해경은 이 지역에서 도주하던 어선 10척 중 6척을 붙잡았다. 하나같이 무허가 불법 어선이었다. 어선은 모두 목포 해경 전용부두로 끌고 갔다. 붙잡힌 어선 선장 왕푸주(王福柱·50)는 “중국 바다는 싹쓸이식 고기잡이와 오염으로 물고기 씨가 말랐다”며 “그래서 붙잡힐 위험을 무릅쓰고 고기가 많은 한국 쪽으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어선들은 한국 해역에서 이날 조기와 멸치를 잡던 중이었다. 해경은 선장들을 대상으로 불법 고기잡이에 나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배와 선원은 한국과 중국 간 협약에 따라 척당 1억5000만원가량의 ‘담보금’을 받은 뒤 풀어주게 된다.



대원 1명 부상 … 1박2일 사투 끝 10척 나포



 이날 단속은 해경과 어업관리단, 해군이 함께 참여해 16일 낮 12시부터 17일 오후 6시까지 북위 37도 이남의 서해 전 해상에서 실시됐다. 수산 자원 보호를 위해 중국 정부가 고기잡이를 금지하는 ‘금어기’가 지난 15일 해제되면서 중국 어선의 불법 어획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단속에 나선 것이다. 해경 함정 21척, 헬기 5대, 어업관리단 지도선 6척, 해군 고속정 4척 등이 동원됐다. 한국 해역 4곳에서 동시에 실시한 단속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10척을 나포했다.



 해양수산부 박신철 지도교섭과장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인한 수산자원 피해가 한 해 1250억원어치 정도”라며 “2001년 한·중 어업협정 체결 이후 지금까지 총 피해액은 1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목포시 북항 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서 열린 1149t 어업지도선 ‘무궁화25호’ 취항식에서 “수산자원을 고갈시키는 불법조업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안·목포=권철암 기자



* 이 동영상은 특공대원이 증거채집용으로 오른쪽 가슴에 단 소형 카메라로 촬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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