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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요 관리가 곧 발전소 건설"

중앙일보 2013.10.18 00:55 경제 3면 지면보기
미국 최대 부하관리사업자인 에너낙의 데이비드 브루스터 사장은 “공급 중심의 전력정책을 수요 중심으로 바꾸면 발전소 몇 개의 생산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성식 기자]
올여름 한국은 블랙아웃(대정전) 위기에 여러 차례 몰렸다. 내년 완공 예정이던 신고리 원전 3·4호기의 완공이 늦춰져 내년 여름에도 전력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전력소비관리회사 에너낙의 브루스터 사장
절전한 만큼 되파는 시스템
대정전 막고 기업은 돈 벌고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대구세계에너지총회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전력소비를 줄이고, 이렇게 해서 절약된 전력을 전력거래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절전하면 전기료 지출이 줄어들었다. 앞으로는 절전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전력수요만 잘 관리해도 2017년까지 피크철에 100만㎾의 부하를 절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자력발전소 1기에 버금가는 전력량이다. 예측불가능한 발전기 고장이나 발전소 건설 지연에도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향후 전력을 관리하는 시장이 3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여기에 필요한 일자리도 1만5000개 창출될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미국 최대부하관리사업자인 에너낙(EnerNOC)은 기업의 효율적인 전력소비를 컨설팅해주고, 이렇게 해서 남는 전력을 되파는 시스템을 구축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올해 4억 달러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의 데이비드 브루스터(42) 사장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추던 시대는 지났다”며 “에너지를 쓰는 방법을 바꾸면 발전소 몇 개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정책의 패러다임을 발전소 건설이라는 공급중심에서 수요관리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는 한국 정부와 전력수요관리시스템의 사업화를 위한 협의를 하러 15일 한국을 찾았다.



 -사업 구조를 설명해달라.



 “전력수요를 관리하는 것은 발전소를 세우는 것과 같다. 특히 전력사용량이 크게 증가하는 피크타임 때는 발전을 하지 않던 발전소까지 돌리게 된다. 대부분의 국가가 블랙아웃을 막기 위한 발전소(첨두발전소)를 별도로 둔다. 하지만 기업이나 병원·호텔처럼 전력을 많이 쓰는 곳들이 불필요하게 쓰는 전력량을 줄이면 추가 공급 없이도 감당할 수 있다. 이 같은 효율적인 전력수요관리 시스템을 기업에 구축해주고, 이를 통해 확보된 전력을 모아 전력거래소에 되파는 것이 사업모델이다. 기업은 돈을 벌고, 국가는 블랙아웃을 막는 효과를 거둔다. 대부분의 국가가 우리 같은 부하관리사업자를 발전소와 동일하게 대우하는 이유다.”



 -대체로 공공재인 전기는 공급하는 것이지, 되파는 것은 아니라고 인식한다. 그런 면에서 사업모델이 독특하다.



 “처음 벤처로 출발할 땐 기업들이 사업개념을 이해하지 못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쓰는 방법을 바꾸면 에너지산업의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설득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대부분의 국가가 수요관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발전소 건설에 따른 환경문제, 부지확보문제, 에너지 안보문제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한국에 진출할 생각인가.



 “2009년부터 한국 정부·국책연구원 등에 컨설팅을 했다. 그러면서 확인한 것은 한국이 전력수요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ICT가 가장 잘 발달된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라는 점이다. 수요관리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완벽하게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다.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면 큰 투자가 필요 없다. 또 정부가 수요관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추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다. 내년께 한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한국이 전력의 수요관리 프로그램을 정착시키기 위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전력수요와 부하를 관리하는 사업자도 다른 나라처럼 발전사업자로 동일하게 취급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이와 관련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안다. 공급에서 수요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글=김기찬 선임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에너낙 2001년 브루스터와 팀 힐리(현 CEO)가 벤처기업으로 설립했다. 사업 초기에는 18곳의 파이낸스로부터 투자 거절을 당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금은 세계 최대의 부하관리사업자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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