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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단언컨대, 낯선 만남이 더 강렬합니다

중앙일보 2013.10.18 00:52 경제 2면 지면보기
스마트폰+컵라면 스마트폰 업체와 라면 회사가 손잡고 패러디 광고 마케팅을 펼치는 등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이질적인 업종 간 협업이 성행하고 있다. 팬택의 스마트폰 ‘베가 아이언’(왼쪽)과 팔도의 컵라면 ‘왕뚜껑’ TV광고. [사진 팬택·팔도]


향수+칵테일 롤리타렘피카는 새 향수 ‘엘렘’을 출시하면서 이태원의 유명 바 ‘글램라운지’와 협업해 향수의 색깔과 용기 디자인을 본뜬 한정판 칵테일 ‘글램’을 내놓았다.
올해 최고의 유행어를 선정한다면? 단언컨대 배우 이병헌과 개그맨 김준현이 TV 광고에서 읊조리던 ‘단언컨대’를 많은 이가 꼽을 것이다. 올 4월 팬택의 스마트폰 ‘베가 아이언’ 광고에서 이병헌이 “단언컨대 메탈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단언컨대’가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것은 3개월 뒤 팔도 컵라면 ‘왕뚜껑’ 광고에서 김준현이 “단언컨대 뚜껑은 가장 완벽한 물체입니다”라고 패러디하면서다. 이 패러디 광고는 유튜브 조회수 50만 건을 넘었다.

스마트폰 광고와 똑같은 컵라면 광고, 처음부터 약속된 협업이었어요
이질적 업종간 협업이 대세



 ‘성공적인 패러디’의 비밀은 팬택과의 긴밀한 협업이었다. 김기홍 팔도 광고디자인팀장은 “팬택 광고팀과 콘티 단계에서부터 의논했다”며 “베가 아이언 광고를 찍은 감독과 여배우를 섭외하고, 촬영장소·의상·음악은 물론 촬영장 바닥에 고인 물기까지 재현했다”고 말했다. 팬택과 왕뚜껑 광고가 잇따라 방영되도록 시간도 맞췄다. 김 팀장은 “광고 이후 왕뚜껑 매출이 30% 늘고, 팬택은 광고 다시 보기가 유행하는 등 두 회사 모두 큰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팬택과 팔도는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공동 이벤트도 펼쳤다. 왕뚜껑 후속 광고는 아예 카메라 대신 베가 아이언 2대만으로 촬영했다. 컵라면과 스마트폰이라는 서로 이질적인 업종 간의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협업) 사례다.



보드카+수영복 스카이보드카는 미국 수영복 브랜드 엘스페이스와 손잡고 별무늬 비키니 디자인을 병에 넣은 한정판을 내놓았다. 모델이 입은 수영복과 병 무늬가 같다.
 협력과 공동작업을 통한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동시 다발적으로 다양하게 손을 잡는 ‘합종연횡(合從連衡)’, 협력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관성이 적은 업종끼리 공동작업을 하는 ‘이종교배(異種交配)’가 활발하다. 그간 컬래버레이션은 베르사체·질샌더 등 유명 디자이너가 H&M·유니클로 등 중저가 브랜드와 손잡고 한정판 의류를 선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영역이 크게 확장된 것이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타 업종과의 교류를 통해 다른 업체와 차별화하는 독특한 상품을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공동 마케팅을 통한 비용절감과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급호텔까지 이런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있다. JW메리어트호텔서울은 올가을 피크닉 패키지를 만들면서 농심·삼성전자와 함께 작업했다. 농심으로부터는 고객용 소풍 바구니에 넣을 수프·막대사탕·음료수 등을, 삼성전자에선 무상대여용 스마트카메라 갤럭시NX를 제공받았다. 패키지 고객은 다음 달 말까지 농심 수프를 호텔 텀블러에 넣어 야외에서 따뜻하게 먹고, 선착순으로 빌린 갤럭시 카메라로 소풍 사진을 찍어서 SNS 등에 올리며 즐길 수 있다. 소풍 바구니에 넣을 따뜻한 음식을 고민하던 호텔에서 농심 측에 먼저 제안했다. 카메라는 신제품 홍보에 고심하던 삼성전자 측이 호텔에 먼저 제안한 것이다. 이 호텔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윤지숙 지배인은 “호텔은 제품 협찬을 통해 패키지 비용을 합리적으로 맞출 수 있고 기업은 호텔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서로 고객층이 다르기 때문에 상호 홍보를 통해 각기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식초+시리얼 CJ제일제당과 동서식품은 마시는 식초와 시리얼을 같이 즐길 수 있는 레시피를 함께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컬래버레이션을 표방하는 공동 패키지 제품을 개발했다.
 독특한 컬래버레이션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는 것은 트렌드에 민감한 화장품 분야다. 지난 주말까지 이태원의 인기 바 글램라운지는 ‘엘렘’ 칵테일을 판매했다. 롤리타렘피카가 최근 내놓은 향수와 이름만 같은 것이 아니다. 향수의 금빛은 물론 칵테일 잔도 향수병과 유사하게 특별 제작했다. 향수 시향과 칵테일 판매가 동시에 바에서 진행됐다. 마몽드는 영화화돼 700만 관객을 모은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훈(HUN) 작가와 컬래버레이션한 웹툰 ‘꽃처럼 산다’를 10일부터 다음에 연재 중이다. ‘꽃의 생명력’을 내세우는 마몽드의 컨셉트를 살린 것이다. 아예 작품의 배경이 되는 꽃집 이름이 ‘살롱 드마몽드’다. LG생활건강의 메이크업 전문브랜드 VDL은 신제품 마스카라를 내놓으면서 콘택트렌즈 브랜드 ‘아큐브’와 손을 잡았다. 눈동자를 크고 또렷하게 보이게 하는 ‘서클렌즈’ 제품과 마스카라의 색상을 맞춘 것이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디저트와 컬래버레이션도 잦다. 화장품 브랜드인 바비브라운은 ‘리치 초콜릿 컬렉션’을 내놓으면서 이달 말까지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와 함께 마케팅을 펼친다. 바비브라운 제품을 사면 고디바 초콜릿 음료 교환권을, 고디바 매장에서 초콜릿 음료를 마시면 바비브라운 초콜릿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주는 식이다. 스킨케어 브랜드인 뉴트로지나도 스무디 매장 ‘잠바주스’와 함께 자몽 성분 폼클렌저와 자몽 주스를 연계한 이벤트를 16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한다.



가수+마스크시트 팩 ‘스타 컬래버레이션’ 1순위로 꼽히는 가수 지드래곤(GD)은 직접 향을 고르고 자신의 얼굴과 GD 로고를 전면에 내세운 마스크시트 팩을 더샘과 함께 출시했다.
 스파 제품 브랜드인 블리스는 지난달 CJ제일제당의 ‘쁘띠첼 워터젤리’ 자몽 맛을 블리스 자몽향 바디 제품과 함께 포장해 파는 ‘프루티박스’ 제품을 내놓았다.



 식품업계는 기존에 있던 제품을 다른 회사의 제품과 ‘묶어 팔기’를 유도하는 컬래버레이션이 유행이다. 식품이지만 서로 다른 종류라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CJ제일제당은 최근 동서식품과 손을 잡았다. 마시는 과일식초 제품인 ‘쁘띠첼 미초’를 우유에 타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데 착안해 우유와 함께 먹는 대표적인 먹거리인 시리얼에 주목한 것이다. 두 회사는 미초 2병과 포스트라이트업 두 봉지를 한꺼번에 묶어서 파는 ‘헬스&뷰티 스페셜’ 패키지를 새로 만들고 포장에 컬래버레이션 사실을 명기했다.



호텔+간식+카메라 JW메리어트서울은 농심·삼성전자와 협력해 ‘피크닉 패키지’를 만들었다. 패키지 고객은 간식거리가 든 바구니를 들고 최신 스마트카메라를 빌려 소풍을 갈 수 있다.
 컬래버레이션을 비교적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포장이다. 미국 보드카 브랜드 ‘스카이’는 미국 유명 수영복 브랜드인 엘스페이스와 협업해 보드카 병에 비키니 디자인을 넣은 한정판을 내놓았다. 화장품 브랜드인 SKII는 올 추석에 제일모직 여성복 ‘르베이지’의 한국 전통문양 프린트를 선물 세트의 포장 상자에 넣었다.



 패션 브랜드가 즐겨 활용하던 ‘스타 컬래버레이션’도 다양한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수 지드래곤의 경우 그의 이니셜을 딴 ‘GD’ 상품이 여러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글라소비타민워터는 올여름 신제품 음료수 ‘g-크리에이터’를 내놓았다. GD처럼 창의적인 영감을 갖자는 내용의 상품 설명에 GD 로고를 넣은 톡톡 튀는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화장품 브랜드 더샘은 GD가 직접 고른 연꽃 향을 넣어 ‘지드래곤 마스크시트’를 출시했다. 캡슐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는 지난달 ‘카자르’ 등 신제품 커피를 출시하면서 ‘스타 셰프’ 최현석과 협업했다. 최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엘본더테이블’에서 ‘카자르 카푸치노를 곁들인 푸아그라’ 등으로 된 코스 메뉴를 판매하고 캡슐머신 증정 추첨 행사도 열었다.



웹툰+화장품 꽃이 상징인 화장품브랜드 마몽드는 인기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훈 작가와 함께 ‘살롱드마몽드’ 꽃집이 나오는 웹툰 ‘꽃처럼 산다’를 연재 중이다.
 상품과 서비스의 접점을 찾아낸 이종 간 컬래버레이션도 있다. 지난달 프리미엄 남성복 브랜드 에르메네질도제냐와 고급 승용차 마세라티는 제냐의 고급 원단으로 내부를 마무리한 자동차, 마세라티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의류를 각기 선보였다. 할리스커피는 합정점을 북카페 테마로 열면서 교보문고와 손잡고 책 500권을 꽂은 서가와 전자책 단말기를 들였다.



구희령 기자



컬래버레이션 (Collaboration) 협업·공동작업이라는 뜻. 주로 패션업계에서 유명 디자이너나 스타가 디자인에 참여하는 경우를 말했지만 최근 전 업종으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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