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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경천동지, 137의 강수

중앙일보 2013.10.18 00:30 경제 11면 지면보기
<본선 32강전>

○· 저우루이양 9단 ●··박영훈 9단



제12보(127~137)=백의 역습이 파도처럼 흑을 덮치고 있습니다. 세상 일이란 묘하지요. 중앙에서 좌하귀까지 구비구비 휘어진 대마가 두 눈을 걱정하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프로들이 ‘엷음’을 무엇보다 싫어하는 이유를 조금은 아시겠지요.



 바둑은 아직 흑이 나쁘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일단 집이 많으니까요. 그러나 131로 목숨을 구하는 신세가 딱한 데다 이곳 흑의 연결 구조가 매우 큰 약점을 지니고 있어 전체 분위기는 흉흉합니다. 한데 저우루이양 9단, 132로 즉각적이고 노골적인 위협을 가했는데 전술적으로는 하책이었다는 평가입니다. 가만 놔둬도 흑은 부담이지요. 한 수 지켜야 합니다. 한데 132는 공배지요. 서슬은 퍼렇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흑이 ‘참고도’ 흑1로 굴복해 준다면 백2로 전체를 위협하며 백은 콧노래를 부르겠지요. A의 시한폭탄도 여전히 남아 있군요. 하지만 박영훈 9단은 133으로 젖혀 오히려 강하게 나갑니다. 백이 패를 걸면 천지대패가 되는데 백의 팻감은 B 하나뿐입니다. 흑은 136 자리가 있지요.



 134와 136은 팻감과 관련된 수입니다. 136은 훗날 C의 끝내기를 보는 수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사태가 급박한데 136 같은 곳을 둔다는 건 스텝이 꼬인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바로 이때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패를 걱정해야 할 흑이 오히려 137로 패를 걸어간 것이지요. 구경꾼들은 비명을 지를 정도로 놀라고 말았습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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