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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통상임금 논란, 외국인 투자 막는다

중앙일보 2013.10.18 00:29 경제 10면 지면보기
에이미 잭슨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대표
한국 경제의 발전은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서 전설이다. 전쟁을 딛고 급속한 산업화를 통해 삼성·현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키워냈고,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지원국으로 전환한 성공사례를 일궈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노동환경 및 여건은 여전히 외국인 투자를 저해하는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노동과 관련된 경직된 법규와 높은 인건비, 생산성에 비례하지 않는 수준의 임금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더불어 여러 도전에 직면한 투자자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해외 공장을 운영 중인 국내 제조업체 7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80%가 “해외시장의 노동 여건이 국내에 비해 더 낫다”고 응답했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인건비 부담과 노사 관계’ 등을 꼽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통상임금 문제는 그 좋은 예다. 이 사건은 국내 한 버스업체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일어났다. 대법원은 분기별로 지급되는 시간외 수당과 휴일 수당을 포함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통상임금에 관해 한국 정부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노동정책 및 가이드라인과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신뢰하고 따른 많은 기업이 취해온 그동안의 노동 관행, 심지어 노사 간 합의된 사항까지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판결 이후 노조와 근로자들은 연달아 사측을 상대로 차액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벌써부터 인력 감원, 일부 중소기업에는 파산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도 예고되고 있다.



 통상임금에 대한 명백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아 사법부와 행정부는 일관되지 못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이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투자환경을 갖춘 국가라는 인식을 저해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경직되고 예측 불가능한 노동 여건은 차후 투자자들에게 마이너스 요소(discount factor)로 작용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와 관련한 입법이나 판결 또한 차후 외국·한국 투자자들이 공장을 보다 경쟁력 있는 인근 국가로 재배치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외국인투자기업들이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고용률과 수출률이 각각 6.2%와 18.1%에 달하는 점(2013년 지식경제부 외국인투자기업 경영실태 조사)을 고려할 때 ‘엑소더스 현상’이 발생한다면 한국 경제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노동조합은 민주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들의 힘으로 오늘날 한국의 노동 여건은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현재 한국은 글로벌 노동시장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살아남아야 하는 더욱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번 이슈가 기업들에 미칠 영향을 감안할 때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의는 한국의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돼야 할 것이다.



에이미 잭슨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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