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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거래비용 늘리는 기업규제

중앙일보 2013.10.18 00:27 경제 10면 지면보기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노벨상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에서 시장 자율을 중시하는 시카고 학파의 명성이 재확인됐다. 시카고 학파의 노벨상 전성시대를 연 인물은 1991년 수상자인 로널드 코스다. 코스는 지난달 10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지만 기업의 본질에 대한 그의 통찰력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코스는 1937년 ‘기업의 본질’이란 논문에서 기업이 왜 존재하는지를 ‘거래비용’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설명했다. 코스에 따르면 제품·서비스를 시장에서 사올 때 물건값 외에 각종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품질 조사, 가격 비교, 납품 및 환불 조건, 사후관리 등이다. 이런 거래비용이 크지 않다면 시장에서 거래하게 된다. 그러나 거래비용이 크다면 시장에서 사지 않고 직접 만들게 된다. 내부거래를 선택하면 자체 생산을 해야 하므로 한 사람이 할 수 없고 여러 명이 모여 조직, 즉 기업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보자. 자동차 회사는 타이어를 시장에서 사지만 엔진은 직접 만든다. 타이어는 규격품이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크지 않아 시장에서 사도 문제가 없다. 반면 엔진은 자동차 보디와 기술적 연관성이 큰 핵심 기능으로 자동차를 설계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규격화되지 않은 엔진을 시장에서 사서 자동차에 장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거래비용도 너무 크다. 따라서 모든 자동차 회사는 엔진을 직접 만드는 내부거래를 선택한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방송국에서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은 사전에 제작해 미리 확보해놓은 프로그램을 때맞춰 방영하면 되므로 시장에서 사오는 거래비용이 크지 않다. 따라서 외주제작, 즉 시장거래에 맡기게 된다. 그러나 뉴스는 분·초를 다투는 정보를 거래하고 그 내용이 수시로 바뀌므로 매번 시장에서 뉴스를 사온다는 것은 엄청난 거래비용을 수반한다. 따라서 어느 방송국이든 뉴스는 자체 제작, 즉 내부거래를 선택한다.



 이처럼 내부거래와 외부거래의 선택은 기업이 거래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타난다. 여기에 정부를 포함한 제3자가 간섭하면 결국 기업 효율성만 저해될 뿐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상황을 보면 각종 규제가 기업의 거래비용 최소화 노력에 많은 제약을 가하고 있다.



 첫째, 전산·광고·물류 등에서 대기업의 내부거래를 규제하려는 시도다. 전산시스템에는 기업의 회계·생산·판매에 관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데, 이를 외부에서 조달하려면 엄청난 보안 비용이 따른다. 거래비용이 굉장히 높은 것이다. 물류도 마찬가지다. 적기 공급 생산으로 재고를 줄이고 물류 속도를 높여 효율적으로 생산해야 하는데, 물류를 시장에 맡기면 거래비용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 매번 택시를 잡기 어려우면 자가용을 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둘째, 최근 프랜차이즈에 대한 각종 규제가 등장하고 있다. 프랜차이즈는 수많은 독립 사업자를 하나의 기업으로 묶는 것이다.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의 엄격한 규칙을 따라가기만 하면 연구개발·마케팅·광고·브랜드이미지 등에 드는 거래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프랜차이즈라면 어딜 가나 동일한 맛·인테리어·품질이 보장된다. 그런데 최근 ‘갑을 관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프랜차이즈 계약 전체가 마치 갑의 횡포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셋째,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다. 식품은 판매자와 소비자의 거래비용이 가장 큰 제품 중 하나다. 소비자는 누가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맛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곳이 바로 대형마트다. 대형마트가 품질에 대한 신뢰를 주기 때문에 소비자는 안심하고 식품을 구매한다. 최근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등 대형마트 규제가 계속 도입되고 있는데, 이는 시장의 효율적인 거래방식을 부정하는 것으로 소비자 이익에 반할 수 있다.



 코스가 만약 살아서 오늘날 우리나라의 기업 내부거래 규제, 프랜차이즈 규제, 대형마트 규제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아마도 그는 쓴소리를 할 것 같다. “기업들이 애써 거래비용을 낮추고 있는데 정부가 개입해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래서 애꿎은 소비자들도 피해본다”고.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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