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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핵무기 가진 북한과 상대하려면

중앙일보 2013.10.18 00:17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명호
성공회대 교수
1990년 여름, 홍콩의 조주(潮州)요리 식당에서 중국 관리에게 들은 적이 있다. “한국은 남북 문제를 중국을 통해 뭔가 해 보려고 한다. 중국은 남의 나라 일에 끼어들어 본 적이 없다.” 며칠 전 똑같은 사람에게 또 같은 말을 들었다.



 북한과 크고 작은 일이 생길 때마다 중국의 ‘한국통’ 학자들 말이 심심찮게 보도된다. 한국 연구단체나 기업에서 도움받은 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것 같다. 한결같이 우리가 들어서 좋은 내용들이다. 자기 나라에서 하는 말과 다를 때가 많다.



 60년 프랑스의 첫 핵실험이 성공했다. 미국은 “벌이 사람을 쏘는 정도”라고 평가절하했다. 8개월 전 북한이 세 번째 핵실험에 성공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이 “미국에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화한 핵폭탄’을 보유한 것이 사실인 것 같다. 머잖아 네 번째 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상대할 방법을 놓고 머리를 싸매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미사일을 가진 상태에서 핵실험을 세 차례 하면 무기화할 수 있다고 한다. 핵폭탄의 소형화·정밀화와는 별개 문제다.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은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가벼우면 ‘현실망각증’, 심하면 ‘정신분열증’이라고 한다. 일단은 좋건 나쁘건 원하건 원하지 않건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그간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은 북한제도의 일부분으로 내재화돼 있었다. 안보환경이 열악할수록 제도가 강화되고, 안보환경이 호전되면 그제야 ‘정상’적인 행동을 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72년 중·미 데탕트 시절 북한은 서방 나라들과의 교류를 강화했고 2000년 남북 정상회담과 대미관계가 호전되자 ‘신사고’ ‘7·1 경제조치’ 등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정상적인 행동을 했다. 때문에 북한을 이해하기 어렵고, 짜증스럽고, 이해하기 싫지만 ‘내가 만일 북한 입장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시각에서 한두 번쯤은 북한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핵 집착증이 있다. “핵무기가 있어야 국제무대에서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말을 신봉이라도 하듯이 집안살림이 거덜나건 말건, 주변에서 뭐라고 하건 말건 다 무시했다. 오로지 핵무기 개발에만 집중해 왔다. 북한이 스스로 느끼는 안보환경이 호전돼야 내재화된 위기의식과 제도에 변화가 일어나고 핵에 대한 집착이 약화할 것이다. 즉, 북한의 안보환경 호전이 없는 상황에서 핵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반도 안보환경에 근본적인 개선이 있어야 북한의 정상국가화가 이뤄질 수 있다. 북한이 경제 등 다른 분야에 집착하다 보면 서서히 핵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나아가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한의 핵 집착증을 경제에 대한 집착증으로 바꾸는 일이다.



 공자는 “군자구제기 소인구제인(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이라고 했다. 군자는 무슨 문제가 생기거나 곤란한 일이 발생했을 때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며 남을 탓하지 않고 자신을 성찰하나 소인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는 북핵 문제의 해결을 주변국에 의존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북·미회담이니 북·중 관계의 정상화니 6자회담이니 우리 자신의 변화가 없다면 모두 부질없는 일이다. 현재 주어진 조건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즉 군자가 돼야 한다. 말은 쉽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김명호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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