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 아닌 에너지 개발 새 역사" 기대와 긴장감

중앙일보 2013.10.18 00:07 경제 4면 지면보기
피터 보저 로열더치셸 회장이 건조 중인 프리루드 FLNG 앞부분에 섰다. 완공되면 건조물의 무게는 60만t이 넘는다. [로열더치셸]


한반도 남쪽 바다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경남 거제조선소. 김해공항에서도 한 시간 반을 더 들어가야 하는 이곳에 지난 16일 세계적인 에너지그룹 로열더치셸 회장인 피터 보저가 방문했다. 스위스 태생으로 “에너지 개발사업을 하며 살 줄은 몰랐다”는 그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을 찾은 것은 세계 최초의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건조 공사가 이곳에서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피터 보저 로열더치셸 회장이 본 삼성중공업 FLNG 건조 현장



해저에서 캐낸 가스, 현장서 액화



 로열더치셸이 발주해 삼성중공업과 테크닙 컨소시엄이 건조 중인 ‘프리루드 FLNG’는 분출하는 천연가스를 추출 즉시 액화시키는 시설물이다. 총 공사금액이 50억~60억 달러(약 5조5000억~6조6000억원)로 2016년 완공될 이 해양플랜트는 호주 북서부에서 200㎞ 떨어진 프리루드 가스구에 정박해 LNG를 생산하게 된다.



 오전 10시 양복과 넥타이 대신 안전복과 안전모, 장갑과 고글로 무장한 피터 보저 회장이 나타났다. 그와 함께 거제조선소 입구에서 버스로 10분간 더 들어가자 거대한 규모의 프리루드 FLNG가 얼굴을 드러냈다. 길이 488m, 폭 74m로 축구장 4개 크기에 달하는 배의 몸통은 어마어마했다. 선두 부문에 지름 32m의 대형 가스 추출 설비가 장착되면 높이가 100m에 달한다. 내부에서 사용되는 케이블 길이만도 모두 3000㎞로 세계 최대 규모다.



 100여 개에 달하는 어두운 내부 계단을 올라 갑판에 도착했다. 철판을 자르고 옮겨 용접하는 손길들이 바삐 움직였다. 현장 하부구조 공사 담당자인 윌리 그레이는 “삼성중공업 직원 3000여 명과 로열더치셸 직원 250여 명이 선체 곳곳에서 작업 중”이라며 “현재 공사가 4분의 1 정도 진행됐다”고 말했다. 선체 옆에서는 배 위에 장착될 가스 추출 시설과 냉각장치, 액화가스 저장소, 가스를 이용한 자체 발전시설 등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갑판을 10여 분 더 걸어 가스 추출 설비가 놓일 뱃머리에 다다르자 피터 보저 회장이 말했다. “지난 25년간 고민한 결과가 지금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FLNG는 단순한 배가 아니라 에너지 개발의 새 역사를 쓸 구조물입니다.” 그의 눈이 먼 바다에 닿았다. 기대와 긴장이 섞인 표정이었다. 그의 말대로 프리루드 FLNG의 연간 LNG 생산량은 홍콩의 1년 사용량의 1.2배인 530만t에 달한다. ‘배’의 형태를 띠지만 완공 후 호주의 가스전 지역으로 이동한 후에는 25년간 고정돼 LNG를 생산한다. 대신 작은 배가 정기적으로 드나들며 FLNG에서 생산된 액화천연가스를 육지로 운반한다. 로열더치셸 측은 FLNG의 수명을 50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이프 없어 경제적이고 친환경”



 피터 보저 회장은 “무엇보다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한 설비”라고 말했다. 해저에서 캐낸 천연가스를 해안가 공장으로 옮겨 수출하는 것보다 추출 즉시 현장에서 액화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즉시 냉각하면 해상구조물에서 연안 공장까지 파이프를 설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바다생태계도 보호할 수 있다는 게 호주 정부의 환경영향 평가 결과다.



연 생산량 홍콩 1년 사용량보다 많아



 그 때문에 로열더치셸뿐 아니라 세계의 자원개발업체들이 앞다퉈 해상구조물 LNG플랜트를 만들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엔 고무적인 소식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노르웨이 회그LNG와 17만㎥급 FLNG의 건조계약을 맺었고, 이달 초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사와 15만㎥급 LNG선인 ‘현대 FLNG’개발계약도 맺는 등 국내 중공업이 FLNG시대를 맞아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터 보저 회장은 “프리루드 FLNG는 셸에도 삼성중공업과 테크닙에도 한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며 “향후 FLNG 시설 발주 시에도 한국을 주요 협상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제=채윤경 기자





* 로열더치쉘 회장과 함께 둘러 본 지구상 최대 해상 구조물 만드는 삼성 거제조선소 기사 관련 동영상입니다 [로열더치셸 제공]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