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혜초도 쉬어 갔으려나, 저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중앙일보 2013.10.18 00:02 Week& 4면 지면보기
실크로드 사막 여정의 시작이자 끝인 둔황의 밍사산 사막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몰을 감상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초승달 모양의 호수는 천년 동안 한번도 마르지 않았다는 ‘웨야취안’이다.


중국 대륙 중심부에 위치한 간쑤(甘肅)성의 성도 란저우(蘭州)는 군사적 요충지로 14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다. 이곳은 산시(山西)성의 성도 시안(西安)과 서역을 연결하는 입구이면서 황허(黃河)의 출발지로서 중국인과 아시아,중동, 유럽의 사람들이 모여 왕래하던 실크로드의 거점이었다.

실크로드의 거점 중국 란저우



지구에 이런 곳이 … 옷 주름 닮은 칠채산



실크로드 여행의 출발지는 허시후이랑(河西回廊)이다. 허시후이랑은 길이 800~1000㎞, 폭 40~80㎞로 이루어진 긴 띠 모양으로 생긴 지역으로 북쪽으로는 고비사막이, 남쪽으로는 치롄(祁連)산맥이 있다. 허시후이랑의 끝에 실크로드 여행 중심지인 둔황(敦煌)이 있다. 란저우에서 둔황까지는 1240㎞, 지금이야 차로 하루 이틀이면 가는 거리지만 옛날 실크로드를 오갔던 상인들은 무거운 짐을 낙타에 의지한 채 약 90~100일을 걸어서 갔다고 한다.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란저우 북서쪽 240㎞ 지점에 위치한 초원지대 우웨이(武威)를 지나 장예(張掖)로 향했다. 달 표면과 닮아 있는 대지 위에 흙담집을 짓고 살다가 간 후이족, 위구르족을 비롯한 소수민족의 무덤이 버스 차창 밖으로 보였다.



란저우에서 510㎞ 떨어져 있는 장예는 마르코 폴로(1254~1324)가 1년 동안 머문 오아시스 도시다. 그는 장예를 ‘불교사찰이 많고 세금술이 발전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또 ‘거대한 불상 하나가 옆으로 누워있는데 그 둘레에 작은 불상 여러 개가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 불상이 다포사(大佛寺)에 있는 35m의 거대한 와불이다.



장예의 또 다른 관광명소는 칠채산(七彩山)이다. 산 표면이 옷 주름처럼 쭈글쭈글한 모양새다. 다양한 색의 사암으로 덮여있는데, 오랜 세월 동안 진행된 풍화와 퇴적 작용으로 만들어졌다. 칠채산의 신비로운 광경을 보고 있자니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 목적지는 자위관시(嘉<5CEA>關市). 만리장성의 서쪽 끝에 붙은 전초기지인 자위관이 있는 도시다. 자위관은 명나라 시대인 1372년, 티무르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세운 요새. 7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자위관은 옛 모습 그대로 웅장한 모습이었다. ‘천하웅관’이라고 새겨진 비석 뒤쪽으로 치롄산맥의 설산이 아침 해에 반사되어 최고의 풍광을 자랑했다. 성벽에 귀를 기울이면 전시 때 팽팽했었던 긴장감, 그리고 군사들의 폭풍 같은 함성이 들릴 것만 같았다.



1 칠채산은 퇴적층의 지각변동에 따라 옷 주름 모양의 지형과 갖가지 색채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2 막고굴은 밍사산 자락에 있는 인공동굴구조물이다. 735개 동굴에 시대별 불상·벽화가 보존돼 있다.


갓 채색한 듯 생생한 막고굴 벽화들



실크로드의 중심이었던 둔황에는 구법승·대상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융성했을 뿐 아니라 예술을 꽃피우기도 했는데, 그 대표적인 흔적이 바로 밍사산(鳴沙山)과 세계적인 불교 유적지 막고굴(莫高窟)이다.



밍사산은 둔황 남쪽 5㎞쯤 떨어진 곳에 뾰족하게 솟은 모래산이다. 쌀알만 한 모래와 돌이 쌓여 형성된 산으로 심한 바람이 불면 모래가 서로 부딪쳐 소리를 내는데, 마치 관현악 연주를 하는 듯하다고 한다. 그래서 울 명(鳴)자를 써 밍사산이라는 불린다.



모래산을 오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 걸음 올라가면 반 걸음 밀려났다. 맨발로 느끼는 모래의 감촉은 마치 통밀가루를 밟는 듯했다. 올라가는 건 힘들었지만 내려오는 건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한 걸음 내디디면 반 걸음만큼 앞서 갔다. 그 느낌이 아주 오묘했다. 밍사산은 주로 일출과 일몰 때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데 특히 일몰은 웨야취안(月牙泉)을 비스듬히 넘어가는 풍경이 천하의 절경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웨야취안은 명사산 안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작은 오아시스다.



둔황 여행의 백미는 유네스코가 198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막고굴이다. 벽화는 어제 채색한 것처럼 생생하고 율동감이 느껴졌다. 이 지역의 습하지 않은 건조한 기후 덕분이었다.



5호16국 시대 때 전쟁에 지친 백성들은 평화로운 삶을 동경했다. 불교가 널리 성행했고 실크로드를 오가는 승려들도 늘어났다. 서기 366년 승려 낙준(樂尊)은 밍사산 근처에서 금빛 부처가 나타나 자신을 감싸는 체험을 하게 됐다. 이후 그는 밍사산 자락 절벽에 동굴을 파고 기도를 했는데, 이것이 막고굴의 시초다. 그 후로 약 천 년 동안 수많은 승려와 조각가·도공들이 굴을 팠으며 그렇게 판 크고 작은 굴이 735개(남쪽 면 492개, 북쪽 면 243개)나 된다. .



그중 17번 굴은 장경동(藏經洞)이라고 불리는데 이 굴에서 신라 혜초(704~787)가 남긴 ‘왕오천축국전’을 비롯하여 수많은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란저우=글·사진 김주원 기자



●여행정보=하나투어(hanatour.com)가 봄부터 가을까지 ‘실크로드’의 발자취를 따라 떠나는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실크로드 난주∼둔황 5일’ 상품은 실크로드의 시작점 란저우를 출발해 장예의 칠채산, 둔황의 밍사산과 막고굴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1577-1233.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