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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 익숙했던 제 노래, 이젠 위안을 담았죠

중앙일보 2013.10.16 07:00 종합 22면 지면보기
신승훈은 남의 눈을 피해 해외에서 곡을 쓰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가요계가 어려워 양평과 청평, 가평, 포천과 강화도 일대의 모든 펜션을 섭렵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건반 하나 들고 펜션에 모여 동료들과 곡을 쓰고 이야기 나누는 게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사진 도로시뮤직]
이런 가수 드물다. 1집부터 10집까지 골든디스크를 받으며 1700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고, 23년간 1000회 이상 콘서트를 열었다.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45) 이야기다.


미니앨범 ‘그레이트 웨이브’ 발표한 가수 신승훈

최자·버벌진트 등 후배와 협업



하지만 그런 숫자보다 중요한 건 ‘미소 속에 비친 그대’ 이후 23년간 그가 쓰고 부른 숱한 아름다운 음악이 사람들의 기억과 가슴에 흩뿌린 흔적이다. 더 중요한 건 그가 그저 향수와 추억에 기대는 가수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



 신승훈이 15일 서울 신사동 ‘월드팝스’에서 미니앨범 ‘그레이트 웨이브(Great Wave)’ 음악감상회를 열었다. 4년 만에 발표하는 이번 신보는 모던락을 실었던 2008년의 ‘라디오 웨이브’, 알앤비(R&B)를 신승훈식으로 해석한 2009년 ‘러브 어클락(Love O’clock)’에 이은 ‘쓰리 웨이브즈 오브 언익스펙티드 트위스트(3 Waves of Unexpected Twist)’ 3부작의 완결판이다.



 잔잔히 내리는 비를 뚫고 모인 취재진을 신승훈은 “일본에서도 제 별명이 ‘레인 메이커’, 비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인삿말로 먼저 반겼다.



 “데뷔후 19년간 2년마다 앨범을 냈고, 10집까지 골든디스크 상을 받았어요. 11집에 대한 부담도 컸고, 중간 점검도 필요했죠. 흥행 감독이 실험적인 단편을 6년에 걸쳐 찍었다는 의미로 받아주시면 좋겠어요.”



 그는 꼼꼼하고 재치있는 설명과 함께 앨범 수록곡을 하나씩 들려줬다. 1번 트랙 ‘내가 많이 변했어’는 힙합 리듬에 재즈의 코드 진행을 접목시킨 경쾌한 곡으로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가 랩 부분을 불렀다.



펑키 디스코·힙합 … 다양한 시도



 “이번 앨범에선 이전과 달리 협업을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후배를 많이 얻었어요.”



  타이틀곡인 ‘소리(Sorry)’는 신승훈 특유의 한국적 애절함을 브리티시록에 접목한 곡이다. 그는 “6년간의 실험 과정에서 가장 만족하는 곡”이라고 단언했다. 세번째 곡인 ‘그대’는 신승훈식 ‘발라드 감정선 4단계’의 ‘애틋’에 해당하는 곡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가장 비통한 ‘처절’, 그 아래 단계인 ‘애절’, 그보다 덜한 ‘애잔’이 있고 마지막이 ‘애틋’이다. 예컨대 처절은 ‘널 사랑하니까’ ‘그 후로 오랫동안’, 애절은 ‘보이지 않는 사랑’, 애잔은 ‘오랜 이별 뒤에’다. 하지만 ‘애틋’한 곡은 23년간 도무지 잘 써지지 않던 게 이번에야 나왔다는 것이다.



 4번 트랙은 중저음의 래퍼 버벌진트가 참여한 ‘러브 위치(Love Witch)’. 복고풍의 펑키 디스코곡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마지막 신곡은 팬들에게 바치는 ‘마이 멜로디(My Melody)’다.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하는 노래가 많아 추억을 떠올리는 덴 신승훈이 한 몫 했지만 삶의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노래는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그런 노래도 만들어서 멜로디로 여러분을 치유해주겠다는, 말로는 하기 쑥스러운 이야기가 담겼죠.”



11월 9일 체조경기장서 콘서트도



 덧붙여 전작에 수록된 ‘사랑치’ 등 4곡을 리메이크해서 실었다. 총 9곡이 담긴 앨범은 23일 발매된다. 다음달 9일엔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 ‘2013 더 신승훈 쇼-그레이트 웨이브’(1544-1555)를 연다. 음악적 자아를 새롭게 찾아 나선 신승훈의 6년간의 여정, 23년의 음악 인생을 집약해 보여주는 무대다.



 “이번 앨범의 ‘그레이트’라는 단어는 지난 6년간의 실험이 저에게만은 소중하고 위대하다는 뜻에서 붙였어요. 평생 음악을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꼭 해야 할 것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이젠 후배들에게도 곡을 주고 싶고, 7집 이후로 손놨던 가사도 11집부턴 다시 쓸 힘을 얻었어요. 지금까진 아티스트를 꿈꾸는 싱어송라이터였다면 앞으로 20여 년은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경희 기자



◆신승훈의 기록=1집 ‘미소 속에 비친 그대’(1990년)가 140만 장을 돌파하는 등 데뷔 앨범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첫 사례. 5집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네가 있을 뿐’(1996년)은 단일 앨범으로 247만장 판매. 6집(1998년)으로 누적 1000만장 돌파. 1집~7집(2000년)까지 연속으로 100만장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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