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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은 틀려도 "한글이 좋아요"

중앙일보 2013.10.16 00:46 종합 15면 지면보기
지난 12일 베트남 호찌민 리버사이드 사이공 호텔에서 제1회 성균한글백일장 대회가 열렸다. 대회에 참가한 후에 대학 레딘뚜언(21)이 ‘선물’이란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사진 성균관대]
지난 12일 베트남 호찌민 리버사이드 사이공 호텔 1층 로비. 낯선 이국 땅에서 낯익은 한글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하노이대학 한국어학과’ ‘한글이 좋다’ 등 한글이 적힌 티셔츠를 입은 대학생들이 군데군데 모여 있었다. 긴장한 표정의 이들은 성균관대가 주최한 제1회 베트남 성균한글백일장 대회 참가자들. 베트남 내 14개 대학에서 모여든 한국어 전공 학생 64명이었다.


베트남서 처음 열린 한글백일장
대학생 64명 '선물' 주제 글 겨뤄
금·은·동 3명에겐 한국 유학 특전

 시험이 시작되고 ‘선물’이라는 글제가 공개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왔다. 이날 금상은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 쯔엉티중(22·여)에게 돌아갔다. 그는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비닐봉지에 교과서를 넣고 다니던 초등학생 시절 어머니가 선물한 가방에 대한 고마움을 한글로 표현했다. 가수 백지영을 좋아한다는 쯔엉은 “경제학을 공부한 뒤 한국 기업에 취직해 부모님을 호강시켜 드리겠다”고 말했다. 은상과 동상은 하노이국립외국어대 학생이 나란히 차지했다. 은상을 받은 응우옌튀툭(21·여)은 고교 입학시험에서 떨어져 상심할 당시 언니가 종이로 접은 장미꽃을 선물하며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동상 수상자 뒤티화(22·여)는 뒤늦게 태어난 10살 어린 동생의 소중함을 글로 풀어냈다. 심사를 맡은 성균관대 박정하(철학) 교수는 “문법과 맞춤법에서 실수가 적지 않았지만 많은 학생이 가족에 대한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해 눈시울이 붉어진 적이 여러 번”이라고 말했다.



 금·은·동상 수상자에겐 성균관대 석사과정 학비 전액이 장학금으로 지원된다.



 베트남에는 16개 대학에 한국어과가 있고 학생이 3340여 명(한국어학당 학생까지 포함 시 1만2000여 명)에 이른다. 한국 기업과 한류 열풍이 영향을 끼쳤다. 아이돌그룹 EXO를 좋아한다는 호찌민 인문사회대 응웬티타오스엉(23·여)은 “베트남 대학생들에게 한국 스마트폰과 카카오톡은 필수”라며 “여자들에겐 미샤·더페이스샵 등 한국 화장품이 엄청난 인기”라고 말했다. 베트남 젊은이들에게 삼성·롯데 등 이곳에 진출한 3000여 개 한국 기업은 꿈의 직장이다. 이승현 삼성화재 베트남 법인장은 “베트남은 인구 9000만여 명 중 30대 이하가 절반을 넘어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나라”라며 “한국 교민 수도 13만여 명으로 동남아 최대”라고 말했다.



다낭 외국어대 한국어학과 응우옌응옥뚜이옌(29·여) 교수는 “대다수 베트남인들은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이 당시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회 위원장인 이명학 성대 한문학과 교수는 “베트남은 한자·유교문화 전통 면에서 한국과의 공감대가 크다”며 “베트남인들이 한류나 우리 기업을 넘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기반을 조성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호찌민=이승호 기자  



◆성균백일장=2007년 한·중 수교 15주년을 맞아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됐다. 지난 7년간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몽골 등에서 개최됐고 이번에 베트남으로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총 12회의 대회를 거쳐간 학생만 963명, 이 중 13명이 성대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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