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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스타 셰프 등장, 어떻게 볼 것인가

중앙일보 2013.10.16 00:10 강남통신 1면 지면보기


연예인 배우자를 맞이합니다. 지상파를 비롯해 각종 TV 오락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립니다. 광고 모델로도 등장합니다. 유명스포츠 스타 얘기냐고요? 아닙니다. 셰프 얘기입니다. 요리사는 원래 있던 직업이죠. 그것도 아주 많이.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대접 받은 건 그 수십 년 고생 끝에 특급호텔총주방장에 오른 이들 정도였습니다. 나머지는 덥고 좁은 주방 안에서 그냥 그렇게 소비돼 왔죠.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아니, 세상의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유학을 마치고 이제 막 자기 식당을 낸 젊은 셰프가 아이돌 스타만큼 워너비가 된 겁니다. 바야흐로 셰프의 전성시대가 열렸습니다.

셰프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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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셰프,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국내에서 셰프(chef)라는 단어가 널리 알려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프렌치 오너셰프 1세대로 꼽히는 진경수 라싸브어 오너셰프는 “드라마 ‘파스타’(2010년) 역할이 컸다”고 말한다. 까칠한 셰프(이선균 분)의 호통에 요리 보조(공효진 분)가 “예! 셰프!”를 외치며 대중에게 셰프라는 호칭을 각인시켰다는 것이다. 김은희 더그린테이블 오너셰프는 “국내에선 요리사를 다 셰프라고 하지만 사실 셰프는 주방장을 뜻한다”며 “셰프 바로 밑 부주방장은 수 셰프(sous chef), 그 외 요리하는 사람은 쿡(cook)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정혜정 국제한식조리학교장은 “셰프라는 호칭이 퍼지면서 주방장이나 요리사로 불릴 때보다 세련된 전문직이라는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호칭 덕분일까. 사회적 위상도 달라졌다. 드라마 ‘파스타’ 실존 모델이기도 한 샘 킴 보나세라 총괄 셰프는 “우리 부모 세대는 요리를 못 배운 사람이나 하는 일로 여겼다”며 “내가 요리를 한다고 했을 때 요리사였던 어머니가 반대했던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는 생존형이었다면, 나는 교육형”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유학파 셰프 1세대인 미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출신 이은정 신흥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엔 돈 벌러 자장면 배달하다 칼질 배우고, 그러다 주방장 되는 식으로 가난해서 요리를 배운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은 잘사는 집 출신이 많다”고 말했다.



 江南通新이 레스토랑 가이드 북 『블루리본 2013』과 『자갓 2012』 두 곳 모두에서 좋은 평점을 받은,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소위 스타 셰프를 추렸더니 모두 20명이었다. 이들 스타 셰프 출신을 분석했더니 대부분 유학파에 오너셰프인 것만 봐도 이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박스 기사 참조>



 셰프가 부유층 자녀가 탐내는 인기 직종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해 중학생 6291명을 대상으로 선호 직업을 조사한 결과 교사(12.8%)와 의사(4.5%), 공무원(4.1%)에 이어 요리사(3.9%)가 꼽혔다. ‘스타 셰프 양성 과정’이 생길 만큼 스타 셰프를 꿈꾸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가난에 찌들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던 험한 직업이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인기 직업으로 부상한 걸까.



 국민소득이 늘면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진경수 셰프는 “외식산업의 발전은 소득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주머니 걱정 없이 먹는 데 돈을 쓸 수 있는 소비층이 늘면서 셰프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소비 중심 사회에선 디자이너·건축가·연예인처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직업이 각광받는다”며 “게다가 음식·건강에 대해 강박적일 만큼 관심이 높은 한국인 특성상 셰프가 관심을 받는 게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에드워드 권, 한국에 스타 셰프 시대 열어



 셰프라는 단어가 자리 잡기도 전에 먼저 국내에 ‘스타 셰프’ 시대를 연 건 에드워드 권 랩24 총괄 셰프다. 세계 최고층 빌딩 속 호텔인 두바이의 부르즈 알아랍 수석 총괄 주방장이라는 이력과 깔끔한 외모, 조리 있는 말솜씨로 2009년 귀국하자마자 스타로 떠올랐다. 각종 언론이 앞다퉈 그를 띄웠고, 정부까지 한식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그를 지원했다. 이후 학력·경력 과장 논란이 있긴 했지만 에드워드 권의 성공이 셰프 스타 시대를 연 것은 분명하다.



 스위스 DCT 호텔 요리학교 출신인 올리비아 리는 “외국선 셰프라고 하면 다들 ‘와우, 아티스트구나’라며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데 한국에 오니 공부 못하는 애들이 하는 기술노동직으로 생각하더라”며 “에드워드 권의 성공은 요리사도 부와 명예를 다 가질 수 있는 직업이라는 인식을 일반에 심어줬다”고 말했다.



 셰프 홍보만 전문으로 하는 전문 홍보회사까지 생길 정도다. 지난해 문을 연 셰프 전문 홍보대행사 FIM C&C 김도훈 팀장은 “내년에는 셰프 매니지먼트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셰프가 단순히 자기 식당 메뉴와 매출만 책임지는 게 아니라 방송 등 다른 활동을 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이름을 딴 정통 요리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강연에서 연예오락까지 출연 장르도 다양하다.



 새 레스토랑을 준비 중인 양지훈 셰프는 2009년 MBC ‘무한도전’ 출연으로 유명해진 이후 케이블 방송에 나와 강연을 하기도 했다. 각각 가수 박선주와 배우 김지우와 결혼한 강 레오(화수목바이강레오)·레이먼 킴(미드가르드) 셰프는 최근 KBS ‘해피투게더’에 동반 출연해 다음 날까지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그런가 하면 김은희 셰프는 KBS ‘인간극장’, 샘 킴은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등장했다. 대중이 셰프의 요리뿐 아니라 사생활까지 관심을 갖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유학만 다녀오면 스타 셰프?



 요즘 급부상하는 스타 셰프의 가장 큰 공통점은 유학이다. 호텔 주방 막내부터 시작해 입지를 다지며 큰 50대 이상 요리사와는 확연히 다르다. 대부분 유학을 마치고 자기 레스토랑을 내는 코스를 밟는다. 전에는 호텔이나 전통 있는 대형 식당이 아니면 동네 구멍 가게 취급을 받았지만 최근엔 이런 작은 오너셰프의 레스토랑이 오히려 호텔 레스토랑을 위협할 정도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요리 유학을 떠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그 중심에 프렌치 레스토랑 라미띠에가 있다. 이유석 루이쌍끄 오너셰프는 “호텔 외엔 제대로 된 프렌치 레스토랑을 찾기 어려웠던 2000년대 초반 라미띠에가 큰 관심을 받았다”며 “당시 서승호 셰프가 르꼬르동블루에서 공부한 유학파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유학 붐이 일었다”고 회상했다.



 역설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몰렸던 1990년대 말 외환위기도 요리 유학 붐을 이끈 요인 중 하나다. 정혜정 교장은 “IMF를 계기로 조리업을 포함해 기술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었다”며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보다 기술을 익히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화 가치가 뚝 떨어진 시절이었던 만큼 경제 사정이 여유로운 집에서만 요리 유학을 보낼 수 있었다. 과거 부유층의 유학은 영어 습득용이나 경영학 석사(MBA)처럼 연봉 올리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영어만으론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웬만한 학교 MBA로는 취업이 쉽지 않자 요리가 틈새 유학 시장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프랑스 르꼬르동블루나 CIA 등 세계적 요리학교에 들어가기 쉽다는 점도 부유층의 요리 유학에 한몫했다. 세계적 명성의 명문 요리학교라도 학비만 내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학위 과정인 CIA 정도가 TOEFL(iBT 기준) 80점(만점 120점) 이상의 조건을 요구한다. 2년 학비가 8000만원(기숙사비 포함) 수준으로 비싸지만 현재 한국인 유학생이 80여 명이나 재학 중이다. 파리 르꼬르동 블루는 1년에 3500만원이다.



 유학파 셰프 대부분 “제대로 된 현지 요리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태희 경희대 외식산업학과 교수는 이를 절반만 맞는 얘기로 본다. 그는 “우리 사회 분위기가 아직 유학파를 높게 보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유학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숙명여대가 르꼬르동블루를 2002년 유치해 지금까지 2000여명을 배출했지만 이 가운데선 크게 주목받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미디어, 새로운 스타를 원하다



스타 셰프의 부상엔 미디어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지상파뿐 아니라 케이블·종편 등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방송은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원했고, 그렇게 태어난 게 스타 셰프라는 분석도 있다. 서원예 올리브TV 팀장은 “연예인으로는 보여줄 수 있는 콘텐트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방송은 항상 새로운 스타 군(群)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등장한 게 셰프라는 얘기다.



 또 과거 요리 프로그램이 단순히 조리법을 소개하는 정보 위주였다면 요즘은 셰프가 마치 드라마 주인공처럼 한 편의 쇼를 보여주듯 요리하는 방송이 주를 이룬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젊고 매력적인 셰프 제이미 올리버가 1999년 BBC ‘네이키드 셰프’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그렇다 보니 셰프로 뜨려면 잘생긴 외모가 필수 조건이 돼버렸다. 한 셰프는 “아이돌을 얘기할 때 실력뿐 아니라 외모를 빼놓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때마침 유학파 출신이 낸 레스토랑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오너셰프들 입장에서도 홍보 필요성이 커졌다. 이들이 방송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는 이유다. 서원예 팀장은 “방송에 나오면 문 앞에 길게 줄이 설 정도로 고객이 느니 셰프 입장에서 방송 출연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본업보다 방송을 더 열심히 하는 셰프를 두고 “본말이 전도됐다”고 비난한다. 셰프 스스로도 우려할 정도다. 샘 킴 셰프는 “요리를 전공하는 목적을 스타 되기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고 걱정했다. 스타 셰프에게 ‘당신처럼 되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오는데 ‘당신처럼 실력 있는 셰프’가 되고 싶다는 게 아니라 ‘당신처럼 유명한 셰프’, 다시 말해 스타가 되고 싶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릭 킴 세컨드키친 총괄 셰프는 “스타 셰프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요리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며 “외식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현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은정 교수는 “너도 나도 스타 셰프라며 언론에 등장하지만 내공을 갖추지 못하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활동을 많이 하던 이들 중 일부는 경영난 때문에 레스토랑을 접기도 했다.



이젠 호텔이 스타 셰프 영입하는 시대



 특급 호텔 레스토랑은 한때 모든 요리사의 선망의 직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어떤 면에서는 호텔 주방장보다 이제 막 레스토랑을 낸 젊은 오너셰프가 더 주목받는다. 그렇다 보니 호텔이 스타 셰프를 영입하는 일도 점차 늘고 있다. 롯데호텔 서울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2009년 2001~2008년 8년 연속 미슐랭 가이드 별점 3개를 받은 세계적인 스타 셰프인 피에르 가니에르 이름을 딴 프렌치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를 열었다. 그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은 파리·도쿄·홍콩에 이어 서울이 네 번째다. 롯데호텔은 이를 위해 70억원을 투입했다. 홍성원 롯데호텔 식음팀장은 “초기엔 우려도 많았다”며 “오픈 후 1년 동안 2만 명이 찾았고, 2010년엔 전년 대비 136%의 매출 증가세를 나타내며 호텔 내 효자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은 지난 5월엔 신라호텔을 대표하는 스타 셰프인 여경옥 셰프를 중식 부문 이사대우로 영입했다. 홍 팀장은 “피에르 가니에르의 성공은 한국도 스타 셰프의 힘만으로도 고객을 끌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여 셰프 영입 이후 3개월 만에 중식당 도림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2% 늘었다고 한다.



 다른 호텔에서는 레스토랑을 내는 단계까지는 아니어도 미슐랭 가이드 별점 3개를 받은 유명 셰프를 초청하는 일은 빈번하다. 앞다퉈 스타 셰프를 불러 갈라 디너를 열고 있다.



스타 셰프 어떻게 선정했나



레스토랑 가이드 북 『블루리본 2013』과 『자갓 2012』 두 곳 모두에서 좋은 평점(블루리본은 리본 1~3개 등급, 자갓은 z나 스타셰프)을 받은 강남 3구와 용산구에 위치한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 총괄 셰프로 한정했다. 호텔 레스토랑이나 레스토랑에 대한 평가는 좋지만 셰프가 자주 바뀌는 레스토랑은 제외했다. 블루리본은 2013년판, 자갓은 2012년판이 최신판이다. 블루리본은 리본으로 점수를 주는데 3개는 가장 뛰어난 곳, 2개는 지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 1개는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을 의미한다. 문 연 지 얼마 안 된 레스토랑엔 리본 대신 ‘주목할 만한 새 레스토랑’으로 소개한다. 자갓은 음식·서비스·인테리어 등 항목별로 점수를 부여하는데, 이 중 평점이 높거나 인기가 많은 곳에 z를 준다. 스타 셰프 항목은 별도로 표시한다. 프랑스 에콜 르노트르 유학파인 ‘합’의 신용일 셰프나 ‘메종드조에’의 박혜원 셰프는 블루리본엔 선정됐으나 자갓에선 빠져 있어 제외했다. 다만 자갓이 2012년 기준인 점을 고려해 블루리본에서 ‘주목할 만한 새 레스토랑’에 선정된 신생 레스토랑은 자갓에 언급되지 않아도 포함했다. 이렇게 포함된 곳이 ‘류니끄’의 류태환 셰프와 ‘디저트리’의 이현희 셰프, ‘파씨오네’의 이방원 셰프, ‘메종드라카테고리’의 이형준 셰프다. 그리고 江南通新의 ‘셰프의 단골집’ ‘셰프의 이웃집’에 3회 이상 다른 셰프로부터 추천 받은 ‘톡톡’의 김대천 셰프도 포함했다. 블루리본의 리본 2개를 받았지만 자갓엔 선정이 안 된 ‘더그린테이블’의 김은희 셰프와 ‘라싸브어’의 진경수 셰프도 이와 똑같은 기준으로 명단에 들었다. 그 결과 총 20명이었다. 최근 방송과 저술활동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레이먼 킴과 강레오, 박찬일 셰프는 자갓 스타셰프에만 이름을 올려 이번 선정 대상에선 빠졌다.





글=안혜리 기자 , 사진=김경록 기자

송정·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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