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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메모리 반도체시장, 메모리의 4배 … 한국도 '비메모리' 쪽으로 옮겨가야

중앙일보 2013.10.16 00:06 경제 8면 지면보기
“지난달에 출시된 애플 아이폰5S 아시죠? 거기에 반도체 부품 21개가 들어가 있는데, 이 중 메모리 반도체는 3개고 비메모리 반도체가 18갭니다. 지금 국내 업체들이 잘하고 있는 3개 말고, 동부하이텍은 나머지 18개를 잘해보겠다는 겁니다.”


최창식 동부하이텍 사장
‘아이폰5S’ 반도체 부품 21개 중
메모리는 3개, 비메모리가 18개
비메모리, 꾸준한 먹거리 될 것

 최창식(59·사진) 동부하이텍 대표이사 사장은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왜 하느냐’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 7일 경기도 부천 동부하이텍 본사에서 한 인터뷰 자리에서다. 그는 “자원이 없어 기술로 먹고사는 한국 기업은 끝까지 기술력으로 승부 보는 사업을 해야 한다”며 “비메모리 반도체가 한국 산업계의 꾸준한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기술 변화 속도가 느리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진 않지만 정밀한 공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들어가는 이미지 센서나 전력 절감을 도와주는 전력관리칩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최 사장은 “현재 국내 업체들이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아날로그 반도체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규모로 따지면 3조6000억원가량”이라고 말했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연산·정보처리 등을 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중 하나다. 빛·소리 같은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 정보로 바꿔주거나 반대로 디지털 정보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D램은 메모리반도체다. 이 제품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한번 궤도에 오르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어 국내 업체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다. 최 사장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는 메모리에 비해 4배 이상 큰 시장을 이루고 있다”며 “지금까지 메모리에서 한국이 잘해 왔지만 이제 비메모리 쪽으로 옮겨가야 산업기반이 더 탄탄해진다”고 강조했다.



 동부하이텍은 국내에서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유일한 대기업이다. 1997년 전신인 옛 동부전자로 출발해 2001년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 진출했다. 첨단 전자산업을 육성하고 일본·중국과 함께 성장하며 발전해야 한다는 김준기(69) 동부그룹 회장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현재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부천과 충북 음성에 각각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파운드리센터장, 태양전지 사업부장(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3월부터 동부하이텍의 수장으로 합류했다.



 창사 이래 줄곧 영업 적자(연간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이 회사의 반도체 사업은 녹록지 않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친환경·고효율을 강조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어 비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 역시 계속 커질 거라는 게 이 부문에 20년 넘게 종사한 최 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취임 후 제품 개발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졌다. 설비 투자에도 힘을 써 이전보다 설비를 1.5배 늘렸는데 더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역대 최고인 123억원을 기록했다.



 최 사장은 “앞으로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차량용 반도체나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 가능한 반도체 사업에도 진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요청도 잊지 않았다. 그는 “대만과 싱가포르의 경우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한다”며 “국가적으로 연구개발(R&D)과 인력 육성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동부하이텍이 이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혜경 기자



비메모리 반도체



단순 저장 기능만 있는 메모리반도체와는 달리 연산·제어 등의 정보 처리 기능을 갖고 있는 반도체. 카메라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AP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여러 가지 회로 블록이 들어가기 때문에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공정 미세화가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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