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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괴담 쉽사리 퍼지는 이유 뭔가요

중앙일보 2013.10.16 00:01 Week& 6면 지면보기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날씨 탓일까요. 오싹한 괴담이 넘쳐났습니다. 괴담 배경이 되는 장소도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비롯해 택시·지하철역·병원등 일상에서 늘 마주치는 곳이라 공포감을 더했습니다. 몇 해 전만 해도 공동묘지 같은 일상생활과 거리가 먼 곳을 배경으로 했던 괴담이 최근 들어 도심 속, 바로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삼아 현실감을 더하고 있는 겁니다. 흔히 “친구의 친구가 실제 겪은 이야기”라고 시작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삽시간에 퍼지는 각종 괴담은 도대체 누가, 왜 만드는 것일까요. 신문과 교과서를 통해 괴담이 발생하는 이유와 대처 방안에 대해 알아봅시다.


불안이 '카더라'의 출발 … 담론 통해 풀어 가야

생각해볼 문제



 ‘내 친구의 친구가 성형외과에 상담만 받으러 갔는데,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 보니 3일이 지나 있었고 기괴한 모습으로 전신 성형수술이 돼 있더라…’.



 올해 많은 사람 입에 오르내린 병원 괴담의 한 토막입니다. 성형수술에 대한 호기심과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병원 괴담을 들을 때 공포심을 느낄 겁니다. 어쩌면 나에게 일어났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더 오싹해지는 것이지요.



 영화로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화제를 모았던 ‘빈집 괴담’도 유명합니다. 내 집에 낯선 사람이 몰래 숨어들어와 살고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2009년 미국 뉴욕에 사는 한 남자가 자신의 아파트에 숨어 사는 여자를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 적도 있습니다. 가끔이긴 하지만 이렇게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어 괴담이 생명력을 유지하게 됩니다.



 사회 이슈와 맞물린 괴담은 더욱 강한 설득력을 얻어 삽시간에 전파되고 사회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기도 하죠.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나라에서는 전쟁과 관련된 괴담이 퍼지면 사실을 확인해보기 전에 겁부터 먹습니다. 실제로 지난 4월 10일 트위터에 ‘속보’라는 말머리를 달고 ‘연천서 국지전 발발, F-15K 출격 현재 대치 중. 경기도민 대피소로 피난 중’이라는 메시지가 올라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가 극에 달했던 2011년에는 인터넷과 SNS에 FTA에 대한 허무맹랑한 괴담이 집중적으로 떠돌아다녔습니다. ‘멕시코는 FTA 때문에 관료 15명이 총살당하고 대통령이 해외로 망명했다’거나 ‘우리나라에 총기 소지가 허가돼 사망 사고가 폭증할 것이다’와 같이 왜곡된 내용이었지만 파장은 엄청났지요.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세워지고 시위대는 도로를 점거하고 국회에까지 난입해 최루탄을 던지는 등 사회 전체가 몸살을 앓았습니다.



 괴담이 단순히 오싹한 재미를 넘어 많은 사람에게 공포심을 조장하고 사회 갈등과 균열까지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SNS를 통해 수많은 괴담이 탄생하고 전파되고 각색되는 요즘, 교과서에서는 괴담에 대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알아봅시다.



교과서 속 대안과 해결책



 중·고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 중 상당수가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 곧 ‘설화’입니다. 거짓말이라고 하기엔 너무 사실적이고, 사실이라고 하기엔 황당한 요소가 끼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지요. 국어 교과서는 소문으로 전해진 이야기에 대해 ‘혼란한 시대 상황에 따른 불안한 심리의 반영’이라는 것과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아기장수 우뚜리’는 각박하고 살기 힘든 세상을 구할 영웅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민중의 마음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탄생된 설화지요. 이에 반해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게재된 ‘파수꾼’은 존재하지도 않는 이리떼를 만들어내 사람들의 긴장과 공포를 통해 마을의 질서를 유지시키려 한다는 내용으로 설화의 목적성을 보여줍니다.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서든, 새로운 시대를 만들려는 바람이든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뭘까요. 옛날 사람들은 ‘사람 입이 모이면 쇠도 녹인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여러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그 이야기가 현실이 된다는 의미지요. 비슷한 예로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서동요’를 보면 마를 캐서 팔아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사는 가난한 서동이 아름다운 선화 공주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이때 서동이 활용한 것도 일종의 괴담입니다. 선화 공주가 밤마다 외간 남자를 만난다는 유언비어를 널리 퍼뜨려 선화 공주의 아버지인 진평왕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만듭니다. 결국 쫓겨난 선화 공주를 성 밖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서동이 공주를 아내로 맞이합니다. 서동은 목적을 갖고 괴담을 유포시켰고, 결국 괴담을 현실로 만든 셈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의 괴담을 잘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을 읽을 수 있습니다.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사회 불평등에 대한 불만,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입니다. 빈집 괴담에서는 집을 둘러싼 빈부격차 문제, 자살한 모범생이 자주 출연하는 학교 괴담이나 성형외과 괴담을 통해서는 획일화된 가치 기준에 대한 불만이 드러납니다. 성적이건 외모건 최고가 되지 못하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고 무한 경쟁에 내몰린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괴담으로 분출하고 있는 것이죠.



오른쪽 QR코드를 찍으면 괴담 관련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서는 도시화와 세계화, 정보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바람직한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담론’에 대해 설명합니다. 담론은 이성적이고 논증적인 태도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사소통 방식의 하나입니다.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이성적 존재로서 서로 의미가 통하는 말을 주고받을 때 모두가 인간답고 윤리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겁니다.



 괴담의 출발이 ‘말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면,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겠지요. 사회의 균열과 갈등을 야기하는 독버섯 같은 괴담 대신 담론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사회 통합으로 나아가는 자세를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정리=박형수 기자

※집필=명덕외고 김영민(국어)·최서희(국어)·한민석(사회) 교사, 청운중 유정민(기술·가정)·천은정(사회)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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