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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중 3학년 전교 1등 홍한선군, "친구들과 밤새워 영화도 보죠, 하지만 스마트폰·게임은 안 해요"

중앙일보 2013.10.16 00:01 Week& 2면 지면보기
양강중 전교 1등인 홍한선(오른쪽)군은 공부하다 모르는 내용이 있거나 고민이 생길 때면 형 준선군에게 조언을 구한다.


홍한선(서울 양강중3·15)군은 매일 1시간 이상 온몸이 푹 젖도록 운동을 하고, 하루 6~7시간씩 잔다. 책 읽기를 좋아해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미리 세워놓은 자습 계획 대신 책만 읽는 날도 많다. 요즘엔 ?닥터스 씽킹?이라는 책을 교과서보다 더 오래 잡고 있다. 영화는 일주일에 한 편꼴로 보는데, 간혹 토요일 오후 친구들과 마음이 맞으면 심야영화관에서 놀다 일요일 아침에 들어오기도 한다. 이렇게 여유 있게 공부하면서도 3학년 1학기까지 치른 총 10번의 시험 중 전교 1등을 놓친 건 단 두 번뿐이고, 매 학기 통산 성적은 내리 1등이다. 비결을 묻자 “남들보다 더 공부하는 건 없고, 단지 공부에 방해되는 걸 안 할 뿐”이라는 재미없는 답을 내놨다. 홍군 책상은 이런 그의 설명이 그대로 묻어났다.

수업 끝나면 곧바로 5분 동안 복습
하루 3시간 책상 앞에 앉아 오로지 공부
스마트폰 쓰다 스스로 구형 폰으로 바꿔
같은 학교 나온 형이 학습법 조언



홍군 방엔 가구가 4개다. 책상, 책꽂이 2개, 침대. 옷장이 없다. 책꽂이에는 학습과 관련한 교재만 있다. 좋아하는 소설책 등은 방 밖의 책꽂이에 따로 있다. 책상 앞에 있을 때 정신을 분산시키는 건 방 안에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홍군이 자기 방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하루 3시간이다. 시험 기간에도 공부 시간을 늘리지 않고 평소 패턴대로 공부하는 편이다. 이 정도 학습량만으로 전교 1등을 유지하는 게 충분할까. 홍군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의구심은 금세 사라진다.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는 휴대전화 한 번 보는 일 없이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한다. 화장실을 들락거리거나 간식을 먹지도 않는다.



 공부 시간이 짧은 이유는 또 있다. 학교나 학원에서 복습을 마치고 오기 때문이다. 홍군은 수업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배운 내용을 복습한다. 이른바 ‘5분 복습법’이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배운 내용을 5분간 반복하면 학습 내용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 오랫동안 생생하게 떠오른다는 것이다.



 친구가 많은 것도 복습에 도움이 된단다. 홍군은 “시험 기간이 가까워오면 친구들이 질문을 많이 한다”며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물어보는 아이들이 많아서 몇 번씩 반복해 설명하고 같이 풀다 보니 저절로 암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친구 관계가 좋은 건 홍군 방에 여실히 드러난다. 형형색색 종이로 하트를 만들어 ‘큐티 한선’ ‘스릉흔드(이를 꽉 깨물고 ‘사랑한다’를 발음한 것을 표현한 신조어) 한서니’ 등을 적은 패널들이 공부방 문 앞에 잔뜩 걸려 있었다. 친구들이 준 선물들이다.





 어른들은 한창 공부에 집중할 나이에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 성적이 떨어질 걸로 우려한다. 홍군은 “그건 어른들의 오해”라고 잘라 말했다. “사춘기잖아요. 가족이건 친구건 선생님이건 누구하고든 관계가 나빠지면 마인드 컨트롤이 안 돼서 하루 종일 머릿속에 아무것도 안 들어와요. 관계가 원만해야 공부한 내용이 잊히지 않고 쌓여 가는 것 같아요.”



 겉으로는 늘 여유 있어 보이지만 홍군도 성적 스트레스에 속앓이를 할 때가 많았다. 특히 중학교 1학년 때는 주변의 기대가 부담스러워 시험 3주 전부터 신경이 예민해지고 짜증이 잦았다. 시험을 망치는 꿈을 꿀 정도로 강박관념에도 시달렸다. 당시 홍군의 형 준선군이 같은 학교 3학년 전교 1등이라 만나는 교사마다 “네가 준선이 동생이구나, 누가 더 공부 잘하니”라며 인사하는 게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홍군은 이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낙서’를 꼽았다. 아무 의미 없는 끄적임이 아니라, 책을 보다 마음에 힘이 되는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연습장에 옮겨 적어 놓거나, 공부에 집중이 안 될 때 책 귀퉁이에다가 ‘떨지 말자. 할 수 있다’ 같은 글귀를 반복해서 적는 식이다. 홍군은 “책상 앞에 앉았는데 마음이 답답하고 집중이 안 될 때나 시험 기간에 스트레스가 심할 때 연습장이나 쪽지에 이런 긍정적인 글귀를 계속 적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안정이 된다”고 말했다.



 형 준선이의 역할도 크다. 효과적인 학습 방법에 대한 조언이나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 상담을 해준다. 5분 복습법을 알려준 것도 준선이다. 한선이는 "저랑 형이 비슷한 점이 많아서 형이 해주는 간단한 조언들이 큰 도움이 된다”고 얘기했다.



1등 비결은 홍군의 생활 습관에서도 찾을 수 있다. 홍군의 휴대전화는 구형 폴더폰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산 스마트폰을 얼마 전에 통화·문자·사진 촬영만 가능한 구형 휴대전화로 교체했다. 스마트폰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 알람소리, 스마트폰 전용 게임에 자꾸 신경이 쓰이자 홍군이 직접 엄마에게 “전화를 바꿔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홍군은 “스마트폰을 없애고 난 뒤로 책 읽는 시간이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전에는 친구들과 카톡 대화, 인터넷 검색, 애니팡을 하느라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며 “지금은 가끔 문자 왔는지만 확인하는 정도고 휴대전화 자체에 신경을 쓰지 않아 책 볼 시간이 훨씬 넉넉해졌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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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도 안 본다. 거실에 대형 TV가 있지만 “축구 한·일전이 있을 때 말고는 켜본 일이 없다”고. 컴퓨터 게임에도 취미가 없다. 홍군은 “하지 말라고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는데, 컴퓨터 게임에 별 재미를 못 느껴 아예 안 한다”고 말했다.



 대다수 10대의 대화 수단이 스마트폰이고, 대화 소재는 TV 프로그램이나 연예인, 컴퓨터 게임이라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스마트폰·TV·게임 세 가지 모두를 멀리하는 홍군이 혹시 친구들과의 대화에 소외된 적은 없을까. 그는 “평소에 신문을 많이 읽는 편이라 게임이나 TV 프로그램 중 뭐가 인기를 끄는지는 대충 알고 있고,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도 자주 하고 영화 보러 가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대화 소재가 끊기는 일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사교육을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중1 때까지만 해도 학교 정규 수업과 방과후 수업으로만 최상위 성적을 꾸준히 유지했다. 학원에 다니게 된 것은 학교 교사들 권유 때문이었다. 어머니 안정미(43)씨는 “2학년 때 수학·과학 과목 선생님께서 한선이에게는 심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학원에 보내라고 하셨다”며 “집에서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동네 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홍군의 장래 희망은 의사가 돼서 암을 치료하는 신약을 연구개발하고 수술법을 만드는 것이다. 할아버지와 외숙모가 암 투병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던 게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됐다. 홍군은 “꿈을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나니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할 때도 마음이 한결 진지해진다”고 말했다. “공부하기 싫을 때도, ‘내가 지금 열심히 해서 나중에 많은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흐트러진 마음이 바로잡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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