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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진짜 반전

중앙선데이 2013.10.05 15:54 343호 4면 지면보기
천고마비의 계절에 왠지 헛헛한 이유는 뭘까요. 따뜻하고 재미있는 글이 고파서 신간을 들쳐보다가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재담섭렵기’라는 부제가 붙은 『유머의 공식』을 골랐습니다. 일본의 글재주꾼 요네하라 마리(米原万里)가 웃기는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특징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따져본 책입니다. 고이즈미 총리의 후안무치함을 사례로 꺼내 드는 신랄함이 이 책의 백미네요.

그는 “걸작 유머는 사기꾼의 수법과 똑같다”고 일갈합니다. “예측되는 전개와 실제 전말 사이의 낙차야말로 반전이다. 예상외의 반전을 위해 소비하는 지력과 에너지를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명화의 위작을 판매하는 사기꾼이 액자에 돈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것처럼.”

책에서 “유머는 죽음과 관련된 소재를 아주 좋아한다. 유머에서 죽음을 하찮게 다루면 유쾌해지니 신기하다”며 죽음과 관련된 이런저런 유머를 들려주던 저자는 에필로그 맨 마지막에 이렇게 써놓았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퇴원한 나는 살아갈 기력과 에너지를 잃었고 집필 의욕도 바닥이 났다. 게다가 수술 후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난소)암은 왼쪽 서혜부 림프절로 전이가 된 상태다. 기요카와씨는 그런 나를 참을성 있게 내내 격려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이 책의 원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잘된 일일지 어떨지는 이 책을 읽은 여러분의 판단에 달려 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나기 6개월 전 쓴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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