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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수록곡 모두음원 차트 톱 10가을 가요계 ‘올킬’

중앙선데이 2013.10.05 15:58 343호 6면 지면보기
버스커 버스커가 음원 차트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그 뜨거운 열기는 실시간 음원 차트를 슬쩍 쳐다보기만 해도 한눈에 알 수 있다. 2집에 수록된 9곡을 모두 며칠째 10위권 안에 올려놨으니 말이다. ‘열풍’을 넘어 ‘올킬’이란 말이 어울린다. 가을 가요계가 ‘절대강자 없는 다수경쟁의 시즌’이라 말하던 분석들이 쏙 들어갔다. 진짜 강자가 나타났다.

2집 앨범 돌풍, 버스커 버스커

더 재밌는 건 많은 사람들이 버스커 버스커의 2집이 “1집만 못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쩐지 중독성이 조금 덜한 것 같고, 소위 말하는 ‘훅’(반복되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이 좀 약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적어도 대중성에 있어선 예전만 못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그런데 정작 차트에서는 대중성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원인은 간단한 데 있다고 본다. 초반 반응은 원래 ‘기대감’이 좌우한다. 도대체 어떤 음악으로 돌아왔을지, 혹시나 ‘벚꽃엔딩’ 같은 킬러 송이 하나 더 나왔을지, ‘소포모어 징크스’에 빠져서 추락해버리진 않을지, 갖가지 추측과 상상을 대입하며 재미있게 듣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버스커 버스커 1집 대표곡이었던 ‘벚꽃엔딩’이 출시 1년이 지난 올해 초 다시 한번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그 기대감은 몇 배로 증폭됐다.

하지만 기록적인 전 차트 ‘올킬’이 과연 기대감만으로 가능할까? 당연히 아니다. 근본적으론 음악이 좋아서다. ‘전작보다 못하지 않나?’라는 반론이 많지만 그래도 실망시킬 정도는 아니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 심플하고 그윽한 편곡과 사운드, 장범준 특유의 보컬 호소력, 모두 수준급이다. 1집이 하도 ‘몬스터급’이었기에 상대적으로 체감의 정도가 낮을 뿐이다. 이번 앨범이 별로라고 폄훼하는 이들은 너무 높은 기준을 들이대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버스커 버스커 2집은 어찌됐든 좋은 앨범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 대중들은 ‘후크 송’에 대단히 질려왔다. 착착 귀에 감기고 중독성만 강하면 뭐하나. 감동적인 음악의 기준은 그 이상이다. 버스커 버스커 2집은 그런 부분을 건드렸다. 이를테면 ‘의미망의 후크’가 강한 노래다. 이들 노래에 담긴 메시지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우며 어느 시대에서나 통하는 보편적 매력을 갖고 있다. 보는 음악이 아닌 듣는 음악, 빠른 자극이 아닌 느린 호흡, 과도한 채움보다는 여유로운 빼기의 음악이다. 이런 보편적 메시지에 서정적 감동을 담고 있으며 멤버들이 갖춘 훈훈한 이미지까지 더해주니 인기를 얻는 건 당연하다.

드문드문 보이는 과한 비판들, 예를 들면 ‘좋지도 않은 음반에 왜들 이리 호들갑인가?’ ‘혁신과 실험이 없는 자기 답습’이란 혹평이 필자는 이해되질 않는다. 이 정도의 인기는 대중이 무언가에 속아서 좋은 음악이라 착각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대중의 열광을 팩트로 놓고 그다음에 ‘왜?’라고 물어야 한다. 또한 1집의 색깔이 그토록 좋았는데 굳이 ‘변화를 위한 변신’을 감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3~4집까지 똑같은 음악을 들려줬다면 모를까, 2집의 변신은 ‘필수’가 아니다.

오랜만에 음악계가 ‘올킬’당했다. 하지만 획일화에 대한 평론가적 반발심이 드는 대신 흐뭇해진다. 이런 음악으로 ‘현상’ 수준의 인기에 다다를 수 있다는 건 우리 가요계가 건강하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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