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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 준비한 학생들 위해 떡볶이 만들어줬더니 냄비까지 박박 긁던데요

중앙선데이 2013.10.05 18:09 343호 13면 지면보기
“감동적이었어요. 지금까지 럭셔리 브랜드와 연예인이 함께 하는 일이 패션쇼 참가 정도 아니었나요? 이번엔 직접 주최가 됐고, 더구나 우리나라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만든 음식으로 갈라 디너를 한 거잖아요. 만찬 끝나고 학생들에게 힘껏 박수를 쳐 줬어요.”

한식 전도사로 깜짝 등장한 이영애씨

18일 다시 만난 이씨는 만찬을 치른 소감을 이렇게 얘기했다. 나지막한 목소리였지만 어쩐지 속도감이 느껴졌다. 음식에 대한 솔직한 평을 얘기해 달라는 질문에도 즉답이 왔다. “다들 그것부터 물어보시던데 정말 맛있지 않았어요? 디 마르코CEO도 원래 늘 다이어트를 하느라 양이 적다는데 그날은 갈비찜을 거의 다 먹었어요.” 그는 조리법이 퓨전이 아니라 우리의 고유 방식이었다는 데 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그는 만찬 전날 우송대 조리팀을 만났다.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깜짝 선물 겸 떡볶이를 만들어 주기로 한 것. 한국에서 출발할 때 떡과 양념을 따로 준비해 왔다고 했다. “어린 친구들이 고생하니까요. 떡볶이 아이디어는 남편이 냈어요. 요리 공부하는 친구들이니까 맛 걱정을 좀 했는데 저만의 노하우를 썼더니 냄비 바닥까지 박박 긁어 먹더라고요.” 그러면서 마지막에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리는 비법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그는 ‘대장금’을 찍으면서 궁중요리를 배웠고 웬만한 한식 요리는 다 하는 수준. 결혼한 뒤엔 실력이 더 늘었다고 했다. 가장 즐겨 하는 된장찌개는 멸치 외 다양한 재료를 넣어 깊은 맛을 내는 것이 비결이란다.

그는 인터뷰 내내 결혼, 가족, 쌍둥이 아이들을 얘기했다. 최근 활동도 이와 무관하지 않단다. 현재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캠페인 홍보대사뿐 아니라 DMZ평화대사도 맡고 있다. “결혼하고 엄마가 되고 나니까 사고의 폭이 부드러워졌어요. 이건 되고 저건 안 되고가 아니라 좋은 쪽으로 흘러간다면 행동방식이 바뀌어도 되겠구나 싶어요. 아기를 낳으니까 세계가 전쟁 안 나고, 공해 없고, 아이들이 다음 세대까지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뿐이에요.”

그러면서 드라마 하나, 영화 하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가진 커리어로 좋은 일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드라마가 시청률 50% 나가는 것보다 이 일들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정말 없을까. 그는 피렌체로 오는 비행기에서 봤던 영화 얘기를 꺼냈다. “ ‘광해’ ‘베를린’을 연달아 봤어요. 영화를 보고 나니까 하고 싶긴 한데 한번 촬영을 시작하면 작품에 빠져 버려요. 평상시 생활까지 예민해지죠. 엄마 하다 배우 하다 이렇게가 안 되고 참. 캐릭터에 100% 몰입하다 보면 애들한테 무리가 되니까 아직은 힘들어요.”

그는 한참 예쁜 쌍둥이들을 눈과 가슴에 한껏 담아두고 싶다고 했다. 연기를 쉬는 사이 눈여겨보고 있는 후배 배우가 있느냐니까 잠시 생각하더니 “요즘 보는 게 교육방송밖에 없어요. 요리 프로 아니면 ‘뽀로로’나 ‘타요’ 정도? 애들 좋아하는 프로그램만 다 외우고 있어요”라며 웃었다.

현재 경기도 양평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가장 행복한 순간 역시 일상에서 꼽았다. 식구끼리 집 앞 마트나 시골 커피집에 가는 시간들, 그리고 벼가 익어가는 모습을 볼 때나 잣나무에서 바로 잣을 따 먹을 때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아직도 ‘산소 같은 여자’라는 오래된 광고 카피가 통할 만큼 투명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그에게 묻고 싶었다. 배우로서, 엄마로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일까.

“적어도 따뜻함이나 배려를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지금 제 삶의 화두예요. 20대엔 일만 생각했고 뭔가 쫓기는 거 같고 잘해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강했죠. 지금은 생각도 바뀌고 삶의 양식이 달라지니까 얼굴에 나타나요. 옛날엔 강해 보이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조금 부드러워졌다고 해야 하나?” ‘미모 관리법’ 같은 뻔한 질문을 노련하게 피해가는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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