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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 치킨게임 양상 … 디폴트까진 안 갈 듯

중앙선데이 2013.10.05 23:55 343호 5면 지면보기
미국의 연방정부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디폴트가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셧다운을 막지 못한 미 연방의회 건물. [로이터=뉴시스]
미국의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폐쇄)이 나흘째인 4일(현지시간)에도 불씨가 된 새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에 대한 정치권의 타협이 이뤄질 기미가 안 보인다.

美 셧다운 사태 어떻게 되나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이 취소된 데 이어 노동부 등 연방정부의 주요 통계가 발표되지 못하는 등 셧다운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공화당은 여전히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 실시를 늦춰야 예산안 처리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화당을 이끌고 있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백악관의 한 관계자가 “우리가 이기고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와 관련, “이건 게임이 아니다. 공정하게 오바마케어를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양보를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당장이라도 셧다운을 끝낼 수 있으며 하원에서 표를 확보한 베이너가 그렇게 만들 수 있다”고 공화당 쪽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이 시도하려는 ‘예산 쪼개기’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양당간 갈등이 치킨게임의 양상을 보이면서 미국 역사상 초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5년물 국채의 부도 위험성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는 5.43bp(1bp=0.01%) 급등한 39.417bp에 달해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양당이 오는 17일까지 현재 16조7000억 달러인 정부 채무한도를 올리지 못하면 국고가 바닥나 정부 지출이 일절 불가능해진다.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가 상상할 수 없는 타격을 받을 게 확실하다. 미 재무부는 지난 3일 “디폴트가 오면 달러화 가치 폭락 등 2008년 금융위기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제러미 워너 텔레그래프지 부편집장은 “2008년 리먼 사태의 100만 배에 달하는 파장이 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이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셉 라보르그나는 “진도 10의 지진에 해당할 것”이라고 표현했다.

디폴트가 가져올 즉각적인 효과는 우선 주식시장의 혼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연방정부가 국채와 관련 없는 지불을 약간이라도 지연할 경우 주가가 10~15% 넘게 빠질 것이며 만약 국채 이자를 못 내게 되면 미 역사상 최악의 주가 폭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최고 안전 자산으로 여겨졌던 미국 국채의 이자를 제때 받을 수 없게 될 경우 은행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게 뻔하다. 자연히 금융기관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이자율도 급상승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의 이자 부담 증가와 투자 위축, 수익 악화, 실업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대두된다. 은행 대출이 힘들어져 가계부문도 고통을 겪게 된다. 래퍼티 캐피털마케츠의 금융전문가 딕 보브는 “머니마켓펀드(MMF)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은행이 보유한 채권의 가치가 급락함으로써 대출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미국이 대공황에 버금가는 악순환에 돌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08년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기억이 이번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를 디폴트 상황은 미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무역·금융·투자 등으로 난마처럼 얽힌 상황에서 세계 최대의 미국 경제가 큰 혼란에 빠지면 유럽·아시아 등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디폴트 가능성은 아직까진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민주·공화 양당 모두 경제난의 원흉으로 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조 바이든 부통령과 백악관 근처 샌드위치 가게를 방문해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며 승자란 없다. 가능한 한 빨리 이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베이너 하원의장도 사석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디폴트는 막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된 미국 내 여론조사 결과 ‘셧다운에 대한 책임이 공화당에 더 많다’는 의견이 6대 4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공화당의 보수강경 그룹인 ‘티파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지도부가 막판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시각을 반영해 4일 뉴욕증시는 셧다운 장기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름세를 보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76.10포인트(0.51%) 오른 15072.5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1.84포인트(0.71%) 상승한 1690.50에, 나스닥지수는 33.41포인트(0.89%) 오른 3807.75에 마감됐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사실상 없는 것으로 진단됐다. 국제신용평가사인 S&P의 마리 카바나그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날 CNBC에 출연해 “예산안과 정부 채무한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지만 신용등급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협상이 시한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다. 역설적으로 정부 폐쇄는 재정지출을 줄이는 효과를 내 정부가 경고하는 데드라인(17일)이 늦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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