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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대회 도중 일반인 부킹, 황당한 골프장

온라인 중앙일보 2013.10.05 15:13
5일 한국프로골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16강전과 8강전이 열린 경기 안성 마에스트로 골프장. 석종률과 박빙의 접전을 펼치던 김대현이 16번 홀에서 퍼트를 하려고 어드레스 자세를 취했다. 주위에 있는 갤러리들도 숨을 죽였다.



이 때. 정적을 깨고 높은 톤의 목소리가 들렸다.



“170야드요!”



“얼마나 남았다고요?”



“170야드라고요”



옆 홀에서 골프를 즐기는 일반인 골퍼와 캐디가 먼 거리에서 소리치는 대화였다. 갤러리들은 이 소리를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 김대현은 어드레스를 풀어야 했다.



골프장 측에서 오전 16강전과 오후 8강전 사이 남는 짬을 이용해 일반인들에게 부킹을 해줬기 때문이다. 마에스트로 골프장 측은 “가을 피크 시즌이라 회원들의 부킹 요구가 많다. 타이틀 스폰서인 먼싱웨어 쪽에서 일반인 플레이를 금지해달라고 했지만 미리 예약이 된 것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골프장 측은 또 “대회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전후반 9홀 모두 첫 홀과 마지막 홀을 빼고 14개 홀만 치게 하고 캐디들에게 별도로 주의를 줬는데 플레이하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부킹난이 심했던 과거, 대회 기간 중 일부 골프장들이 일반인들에게 플레이를 하게 한 경우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팀 뒤로 한정했다. 정확히 얘기하면 경기가 끝난 뒤라고 봐야 한다. 또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선수들 동선에서 멀찍이 떨어뜨려 놨다. 그나마 요즘 이런 비상시적인 일은 거의 사라졌다.



마에스트로 골프장은 경기 중간에 일반인들에게 부킹을 해줬다. 경기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그린 등 코스가 훼손될 염려도 있다.



미국 등 골프 선진국에서는 대회가 열리면 많게는 3개월 전부터 코스를 닫고 대회를 준비한다. 코스 상태를 최적으로 해서 최고의 대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대회를 위해 골프장을 오랫동안 폐쇄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의 도의는 지켜야 한다. 메이저 챔피언인 양용은을 비롯, 김대현, 김태훈 등 한국 프로골프 최고 스타들이 참가한 이 대회는 일반인들과 함께 라운드하는 어수선한 대회가 됐다.



서울에서 경기를 관람하로 온 한 갤러리는 “선수는 선수의 에티켓, 갤러리는 갤러리의 에티켓, 골프장은 골프장의 에티켓이 있어야 하는데 이 골프장엔 에티켓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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